내가 권하는 산후조리법 by bobab

산후조리란 산모의 몸이 회복되도록 도와주는 일을 뜻하는 데, 그야말로 산모를 꼼짝 안 해도 되도록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산모는 꼼짝을 안 할 수가 없다. 아기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일은 몰라도 모유수유는 산모가 아닌 다른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인데, 신생아는 대부분의 시간을 먹거나 자면서 보낸다. 하루 한번 시키는 목욕과 기저귀 갈기 정도는 주변사람이 대신 해 줄 수 있으나, 가장 고되고도 중요한 일은 모유수유이다. 그런데 그 모유수유는 아기에게도 엄마에게도 매우 힘든 일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모유수유에 대한 적응으로 고생을 하는 엄마가 그 외 다른 일에는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도록 빨래나 식사 준비 등의 가사 일을 대신 해 주는 것이 산후조리의 주 업무이다.

요즘 아기를 낳은 산모들이 선택하는 대부분의 산후조리법은 병원에서 아기를 낳고 이틀이나 일주일 정도(제왕절개의 경우) 지낸 후에, 병원과 연계되어 있거나 집에서 가까운, 혹은 평판 좋은 산후조리원에서 2주 정도 지내고 집으로 돌아와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는 형식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산후조리는 남편이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산후조리를 해주면 남편은 아내의 고생을 지켜보며 동감하게 되고, 아기를 정서적으로도 더 가깝게 느끼게 된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와의 첫 며칠이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 대개의 경우 일주일동안 아기는 요산이 나오느라 밤에 보채고, 젖 먹는 연습을 하느라 보채고-가장 힘든 며칠을 보내게 된다. 힘든 날을 함께 보내지 않고 어찌 즐거움을 같이 누릴 수 있겠는가. 직장에 다니는 남편이라면 회사가 출산 후 휴가를 주지 않는 곳이라도 개인적으로 휴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산후조리원에 가느니 집에서 남편이 회사에 간 낮 시간 동안만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낫다.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는 비용보다 저렴하면서도, 하루 종일 아기와 함께 있을 수 있어 아기가 언제든 원할 때 마다 모유수유를 하고, 아기 돌보는 데 빨리 익숙해지는 장점이 있다. 산후조리원은 대부분 산모를 쉬게 해준다는 이유로 아기를 신생아실에서 따로 관리해 주고, 유축기로 젖을 짜서 젖병으로 먹이도록 해준다. 당장은 산모가 편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편한 시간은 그 때 뿐, 모유수유와 아기돌보기에 익숙해져야할 중요한 첫 몇 주를 놓치고 나면 그 다음은 더욱 힘들어 진다.

친정엄마가 아닌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남편이 산후조리를 여전히 절반정도는 자신의 몫으로 생각하게 되어 도우미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적어지기 때문이다. 친정어머니가 산후조리를 해줄 경우, 대부분의 경우 남편은 자신은 산후조리에 있어서 부차적인 인물이라 생각하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결국 자기 식구의 일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산후도우미의 경우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으므로 모유 수유법에 대한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친정어머니는 아기를 키워본지 오래되어 자세히 기억을 못하는 경우도 많고, 당신이 할 줄 알았던 것과 남을 가르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므로.

경제적 여건이나 기타 사정으로 친정 부모님께 도움을 청하게 될 경우라도, 주요 책임은 남편에게 있도록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다. 연로하신 친정어머니가 딸 해산간을 몇번이나 해주실 수 있겠는가! 남편이 그런 책임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함께 보내는 첫 며칠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는 준수를 조산원에서 낳고 일주일간 조산원에서 더 머물면서 조리를 했다. 내 유두가 짧아 모유수유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었는데, 정말로 나는 젖 물리는 것으로 굉장히 고생을 했다. (내 젖꼭지 모양만 문제였을 뿐 아니라 준수의 까다로움도 한  몫 했다) 아마 조산원의 강력한 모유수유 교육이 아니었다면 나도 완전모유수유에 실패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몸으로 하는 일에는 어지간한 끈기를 보이는 나지만 눈물이 쏙 날 정도로 힘들었으니까, 요령도 모르고 격려도 없었다면 정말 포기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애도 잘 안 물고, 잘 안 물어서 오래 안 물리니까 젖양이 줄어들어 모자라게 되고.... 대부분의 산모들이 겪는 혼합수유의 길로 들어섰겠지. 그런 면에서 출산 후 첫 일주일은 참으로 중요한 시간이다.

그리고 나서, 집으로 돌아온 후 나의 산후조리는 남편인 승환이 해주었다. 남편이 해주는 산후조리...사실 나도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조산원의 출산준비 부부교실의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해보게 되고 실천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승환과 나, 준수 모두에게 잊지 못할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

둘째를 낳게 될 올 봄에도 역시 산후조리는 승환의 몫이 될 예정이다. 오래 휴직을 한 남편이 하루 빨리 직장에 나가길 바라시는 시부모님의 압박을 우리 부부는 굳은 신념으로 견뎌내었다. 남편도 나도, 휴직기간을 한 두달 연장하면서 투자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인지 알기에 추호의 망설임도 없다.



덧글

  • solien 2007/02/16 03:42 #

    나중에 아이를 가지면 꼭 보림님처럼 하고 싶어요.
    남편분이 좋으신 분 같아요.
    바른 생각을 가진'-'
  • 찬솔 2007/02/16 07:40 #

    아빠와 아기가 잠든 모습이 너무 귀엽네요..(이렇게 말해도 되나요..... ^^)
    엄마가 이 모습을 보면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겠어요...

    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보림님 덕분에 아직 아이를 갖지도 않은 저도 요즘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많이 한답니다.
    주위에 아이 낳는 친구들도 종종 있고... 올해는 아기를 가지려고 하니..
    이제 남일 같지가 않더라구요...
    좀 이른 감이 있을 지 몰라도 스스로 생각을 정립해 둘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이 곳이 감사합니다... ^^
    설 연휴 잘 보내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윤정 2007/02/16 12:25 #

    아무래도 산후조리원 자체가 돈벌이가 되는 산업이다 보니...
    그래도 요즘 산후조리원은 직접 물리기를 권장한다니 그나마 다행이죠.
  • Nomad 2007/02/16 14:30 #

    요즘 산후조리원은 2주가 아닌 4주를 권장한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남편분이 큰 결정을 하셨네요..
  • marge 2007/02/17 00:13 #

    저희 신랑도 휴가를 내서.. 본의아니게 도와줬네요.
    일본에 있다보니 산후조리라는것도 없었고 모유수유에 제왕절개까지 했으니..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신랑이 아니였다면 힘들었을꺼여요.

    그리고 병원 간호사분.. 분유 먹어보라고 얼마나 역겨운지 아냐고 모유 먹인다고 했으면 꼭 모유먹이라고 그 말씀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결국 그 힘든 이주일을 지내니까 모유수유에 자신이 생기더군요.
    제왕절개때는 걸어야 회복이 빠르다고 해서 많이 걸었습니다. 꼭 누워있는다고 능사는 아니더라구요. ^^*
  • bobab 2007/02/17 18:50 #

    solien님/ 일단 해보면 어느 남편이라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될거라고 전 믿는걸요.^^

    찬솔님/ 이 사진 좀 귀엽지요? ^^ 젖은 제가 먹이는데 남편이 왜 졸려하는지? 꼭 아이 갖게 되시길 빌어요. 좋은 소식 있으면 전해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윤정님/ 아마 산후조리원도 가지가지겠지만, 힘들어하는 산모에겐 유축기 사용도 권하는 모양이더라구요. 모유수유에 익숙해지기 전까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말이지요.

    Nomad님/ 4주 있으면, 산후조리원으로서는 더 좋은 일이겠지요. 하지만 산모에게는 첫 4주가 제일 중요한 고비가 된답니다.

    marge님/ 보통 외국에 있는 친구들은 남편이 해주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되지요. 그나저나 그 일본의 병원 간호사, 참 좋은 사람이네요. 첫 이주가 제일 중요하지요?
  • nadia 2007/02/21 00:17 #

    bobab님 감사.
    9개월때 10센티이야기에 저희도 다시 희망을 갖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답니다.
    힘이 되네요.
  • 날콩 2007/02/21 13:29 # 삭제

    안녕하세요.
    올려주신 글 정말 공감이 많이 갑니다. 특히 남편이 산후조리에 참가하는것에 대해서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정말 옳다는 생각이 드네요.. 도우미보다 친정엄마보다 더 잘할수 있는 울 남편이 있는데 말이죠~~ ^^ 가끔 두려움도 생기지만 자신을 믿어야겠죠~ 올려주신 글 읽고 용기 충전해갑니다. ^^; 추천해주신 책 얼릉 읽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즐건 하루되세요~~
  • bobab 2007/02/21 22:48 #

    nadia님/ 합장합척운동이 순산에 도움이 된대요. 저는 9개월즈음 부터 매일 백번 이상씩 했어요. 계단 오르기도 좋구요....^^

    날콩님/ 혹시 남편이 친정엄마보다 좀 못하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좋은 점이 훨씬 많아요. 임신중이신가요?
  • 2007/02/22 03:54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adia 2007/02/23 23:58 #


    백.번.......책에는 10회라고 나와 있었는데...
    흐음.

    겨우 산책정도 하는데도 주위에서 , 많이 걱정해요 . 9개월인데 산책해도 되? 걸어다녀도 되?하고.
    임산부는 먹이고 눕혀야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 2007/02/27 01:53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beany 2007/02/27 18:20 # 삭제

    좌린이 산후조리 해주는 동안 티격태격 했지만 저 역시 남편이 함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산후조리며 아기 돌보기는 친정 엄마나 도우미가 더 잘 하시겠지만, 좌충우돌 우리끼리 고민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니까요. 산후조리를 제 3자에게 맡기게 되면서부터 남편은 자의반 타의반 자연스럽게 육아의 최전선에서 멀어지기도 하지요....-_-;;;

    감기는 좀 어떠세요? 감기 빨리 나아서 놀러오세요~
  • bobab 2007/03/02 22:24 #

    nadia님/ 답글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 제가 읽은 책에는 최소 백번은 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많이 걸어 다니시는 것이 순산엔 최고로 도움이 됩니다. 애 낳기 직전까지 걸어야 합니다. -_-

    beany님/ 저 감기 좀 진정되자마자 준수가 또 걸려서 고전중이예요. 준수도 고비는 넘겼지만, 아기 있는 집에 민폐끼치지 않으려고 감기 완전 떨치고 가겠습니다. 번번히 죄송하네요. 저도 빨리 뵙고 싶은데...저도 그렇고 준수도 지난 겨울엔 감기 한번도 안 걸렸는데...참으로 이번 감기는 독하네요.
  • 2007/03/03 13:12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brecht 2007/03/06 20:24 #

    저흰 둘째 낳은지 이 주일쨉니다. 저도 사정만 되면 아내 곁에서 산후 조리를 도와주었으면 좋았겠습니다만, 휴가는 생각도 못 하는 직장이라서... 남편 분이 큰 결심을 하셨네요. 첫째 때는 유선염을 극복하지 못해서 모유 수유에 실패했었는데, 이번에 보니 정말 모유 수유는 어려운 일이더군요. 마시지 해 주려고 만져 보니, 아내 유방이 어찌나 딱딱한지, 마치 쥐가 난 종아리 같더라니까요. 덜컥, 이거 장난 아니구나 싶었죠.
  • nadia 2007/03/06 22:08 #

    쥐가 난 종아리.......
    라니.....
    저도 좀 두려움이 ..
  • bobab 2007/03/07 17:14 #

    brecht님/ 참 대부분의 우리나라 회사는 휴가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지요...-_- 그나저나 마사지 해주시는 것보다 입으로 빨아 주시는 것이 더 도움이 될텐데요...

    nadia님/ 모유수유에 관해서는 출산전에 최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젖몸살이든 뭐든 잘 넘길 수 있습니다. 산모들에게 정말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미리 잘 준비해 두시고, 전문가의 도움도 늦지않게 요청해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근데 뭐, 조산원의 도움이라면 확실하지요.^^
  • 아트걸 2007/03/09 00:43 #

    비니님 블로그에서 알고 오게 됐습니다. (좌린님 대학동아리 후배이기도 합니다.^^)

    제가 아기를 낳기 전에 이 블로그를 알았다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늘 본 아기 덕분에 25시간 진통하고 10센티 다 열리고 4시간 동안 푸싱하다 결국 수술했었거든요. ㅜㅜ (애기 크기도 3.8이어서 더 힘들었던 듯..)
    하긴 저는 조산 경험이 있는 고위험 산모여서 어차피 임신 중에 운동을 많이 하는 건 불가능하긴 했어요. 조심하느라 누워있던 덕분에 아기가 하늘을 보고 있었던 게로군요. -_-
    그래도 주치의께서 자연분만을 지지해주신 덕에 끝까지 시도는 해 봤으니 여한은 없어요.

    저는 워낙 고위험 산모라 큰 병원(삼성의료원)에서 출산을 했지만, 담당선생님께서 끝까지 자연분만을 지지해 주신 건 고맙게 생각해요. 그리고 큰 병원 치고는 유니세프 지정 모유수유 권장병원인지라 분만 직후 모자동실 덕을 톡톡히 봤네요. 남들은 모자동실하면 조리 안 된다고 호들갑이었지만 저는 정말 만족했었답니다.

    에고..원래는 이 글에 큰 동감을 하고 트랙백을 쓸 생각이었는데 신고(?)하느라 인사가 길었네요. ^^;
    더 자세한 얘기는 트랙백으로 쓰는 게 좋겠어요. 제가 글 쓰다보면 너무 말이 길어져서..;;
    앞으로도 종종 놀러오겠습니다. :)
  • 손명규 2008/06/04 12:04 # 삭제

    어 전 손명균데 안녕하세요
  • 2010/11/25 10:1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bobab 2011/01/02 11:51 #

    아, 이 글을 이렇게 늦게 봐서, 답을 못해드려서 너무나 죄송하네요. 지금 시간으로 보면 벌써 기본적인 산후조리는 마치셨을 때인데...
    이미 지난 일에 대해 제가 어떤것이 좋다 말씀드리기도 조심스럽네요. 부디 지금 첫아이 둘째 아이 모두 엄마와 함께 행복하시길 빕니다. 저야 집에서 어떻게든 함께 부딪히는 편이 낫다 생각하는 편이지만, 혹 조리원에서 몇주를 보내고 오신 후라고 해도 앞으로 둘째를 돌보는 일에 첫애와 늘 함께 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어떤 엄마는 둘째 재울동안 첫애를 방 밖에 두기도 하는데, 저는 그냥 늘 함께 있게 했어요. 손짓으로든, 몸짓으로든, 방문으로든, 첫애를 밀어내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무리 잠깐이라도, 아무리 애 재울 동안만이라도 큰 애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쪼록 늦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drizzle211 2011/02/02 15:56 #

    보밥님~ 둘째 낳은지 두달이 넘었어요.^^
    무사히 가정분만 했구요. 집에서 산후조리도 했답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첫아이와 함께 있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 bobab 2011/02/03 10:14 #

    어머나 정말 축하드려요. 저도 제 일처럼 기쁘네요. 잘 하셨어요. 잘 하셨고, 여지껏 잘 해 내셨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잘 해내실 겁니다. 두 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서로 의지가 되고 잘 지낼까요. 형제 자매는 삶의 큰 축복인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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