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19일
엄마가 되는 일 속에 존재하는 자연의 섭리

그런데 둘째아이를 낳고 보니 젖을 짜 놓았다가 먹이는 일을 전혀 하지 않게 된다. 일단 젖을 모유보관용 팩에 짜는 것도 번거로운 일거니와 젖병을 씻고 소독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귀찮으니 말이다. 결정적으로, 그렇게 귀찮은 일을 여러 가지 하면서까지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다. 갓난아기가 있는 곳이 곧 내가 있을 자리요, 갓난아기와 늘 함께 있는 것이 내 의무이자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의 가슴에서 젖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원리가, 갓난아기와 엄마는 늘 함께 붙어서 지내야한다는 자연의 섭리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아기가 젖을 먹어야 할 시간이 되거나, 아기에 대한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찌릿해지면서 젖이 돈다. 그때 아기가 젖을 먹지 않으면 처음엔 그저 젖 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정도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록 젖이 충분히 방출되지 못하면 가슴이 불어서 딱딱하게 굳고 통증이 생긴다. 일정 시간에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지 못하면 엄마는 가슴이 불어 아프고 아기는 배고파 괴롭게 되는 것이다. 젖이 만들어지면 아기가 먹어 젖을 비워내고, 엄마는 또 만들어내고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이런 흐름을 깨고 젖을 짜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엄마가 만들어내는 젖의 양과 아기가 먹는 양이 균형을 찾지 못하여 젖이 모자라거나 남아 수시로 흐르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나중에 먹이기 위해 아기가 오래 잘 때를 틈타 젖을 짜 놓으면 젖은 아기가 먹는 양보다 늘어나게 되고, 그 젖을 젖병에 넣어 먹일 때는 진짜 엄마 젖은 아기가 빨지 않으니 짜주거나 해야 하지만 아기가 먹는 만큼 빼낼 수는 없으니 불어서 아프다. 채우고 비워내는 퍼즐의 빈칸이 생기는 셈이다.
나는 둘째를 낳고서는 한 번도 젖을 짠 적이 없다. 젖몸살을 앓을 때도 짜내기 보다는 그냥 견뎌 내어야 젖양이 더 빨리 자연스럽게 맞춰질 거라 생각해서 그저 아기에게만 빨리면서 기다렸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젖양이 금세 조절되어 수유를 하지 않을 때 젖이 흐르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가끔 아기가 잠을 오래 잘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준수때는 거의 백일이 가까이 되어서야 조절이 되었던 것 같은데.
참 신기하다, 자연이 마련해 놓은 장치들은. 인간이 일부러 깨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기만하면 편안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임신과 출산, 육아의 모든 과정을 통해서 자연이 정해 놓은 몸의 변화는 굉장히 섬세하고 조화롭다. 그것은 주로 호르몬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그저 한 여자가 엄마라는 존재가 되어 아기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준다. 그러니 인공 호르몬은 굉장히 제한적인 상황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유도분만이나 무통분만으로 남용되지 말고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위대한 자연이 섬세하게 조율해 놓은 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생긴 퍼즐의 빈칸과 불균형을 인간의 힘으로 되돌릴 수 있겠는가.

# by | 2007/05/19 01:59 | 아이키우기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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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away님/ 아기들은 다 이쁘지요.^^ 살이 쪄서 어릴때의 준수와 더 비슷해 보일 것 같기도 해요. 돌 가까이 되어야 제 얼굴이 나오겠지요.
저도 아기 낳고 나서(실은 낳기 훨씬 전부터) 모유수유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저런 문헌도 찾아보고, 다른 산모들 경험담도 현재진행형으로 참고하고 있는데요. 공부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아기를 믿고 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빨리는 이상 젖양은 모자라지 않는다'는 믿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어요.
실제 출산하고나서 그 어떤 낭설에도 넘어가지 말자는 마음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더니 기대 이상으로 모유수유가 수월해서 다행이네요. 사실 저는 신생아 황달도 제법 세게 겪었고, 체중도 초기에 13%까지 빠졌었고, 사실 지금도 제법 체격이 마른 편이고(키는 90% 체중은 30% 분포..), 아기가 젖을 자주 찾고, 한 번 먹을 때 오래 먹고, 가슴도 일찌감치 말랑해졌고....일반적으로 산모들이 젖량이 적다고 분유통 까게 될만한 상황을 다 겪었거든요. ^^;
제가 믿은 건 오로지 천기저귀가 하루에 20개 이상 나온다는 것이었어요. (150일경인 지금도 15개는 나오네요..)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유는 전혀 안 사고, 아기는 잘 놀고 있으니... 일단은 선방하고 있다고 자평합니다. 저 역시 유축기 안 쓰고 무조건 아기랑 24시간 붙어 있을 뿐이에요. 그것만으로도 모든 건 수월하게 흘러가네요. ^^
정말 여성의 몸이 신비롭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해요. 저는 사실 분만할 때 워낙 난산이어서 10센티 열리고 4시간 버티다 결국 수술까지 했고, 수술 때문에 무통 주사 며칠 꽂았었고(그 때 통증을 생각하면 진통의 10배는 되는 듯. -_-), 2박 3일간 물까지 못 마시는 금식기간을 거쳤지만... 모유를 먹이는 일에는 거의 지장이 없었어요.
아무리 인위적으로 호르몬을 주입했다 하더라도, 자연의 섭리는 위대하다고 봐요. ^^
아트걸님/ 준하도 사실 지금까지 단무지입니다. ^_^ (황달이 오래 가네요) 근데 저도 첫애인 준수때는 준수가 오래 빨았던 것 같아요. 둘째는 신기하게 금방 많이 먹습니다만. 저는 워낙 숫자와 관련된 개념이 약한지라, 몸무게니 기저귀 갯수니 그런거 다 잘 모르고 그냥 키웁니다.
아이를 믿고, 엄마인 자신의 몸을 믿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은 없지요. 그런 면에서 아트걸님은 건강한 엄마시네요. 아이도 절로 건강하게 자랄겁니다.
그래도 힘들어하던 애기라 해도 한두달이면 젖 빠는게 익숙해지는것 같던데요. 그거 못 넘기면 결국 모유수유 포기로 가더라고요. 제 아이들은 젖탐심이 많아서 몰랐는데 조리원에서 봤을땐 빨기 힘들다고 안 빠는 녀석들도 많더라고요;;;
둘째낳았을 때던가, '젖 빠는게 얼마나 힘드냐 하면 50미터 깊이의 우물에다가 길고 가느다란 빨대 꽂고 빨아올리는 것과 같다' <--는 조리원 선생님 말 듣고 그렇게나 힘든건줄 그때야 알았어요. 애기들 젖빨땐 머리에 땀이 흠씬 나곤 하는 것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온 힘을 다해 젖을 빨며 '나 이거 열심히 먹고 얼른 자랄래요.'하는 것만 같아 더 경이롭기도 했고요.
전 넘치는 편은 아니어서 처음 한두달간은 애들이 오래오래 빨았어요. 그게 많이 먹느라 그런거라고만 생각하고 무지한 엄마(...)는 그냥 빨렸거든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 일회 수유시간이 줄어들더라고요. 모유가 아이의 요구에 맞춰 늘어나게 된 거죠. 그때 무지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애가 젖이 모자라 그런가보다 알았다면 분유로 보충한다 어쩐다 하다가 모유수유 실패했을지도 모르니까요.
둘째 젖몸살때 남편더러 한번 빨아보랬는데 3kg짜리 갓난아기의 힘에 절대 못미치더군요. 정말 아기의 젖빠는 힘이란 대단해요.
오늘도 둘째는 젖이 너무 많이 나와서인지 사레들려가며 켁켁거리며 먹었어요. 젖은 잘 나오는데 뱃살은 왜 안빠지냐구요. -_-
다만... 그거 삼사개월 해서 효험본 후 방심한 나머지 푹 퍼질러 앉았더니만 배와 엉덩이가 풍만한 에스라인으로 복귀했답니다. 역시 운동은 꾸준히 해야하나봐요. ㅠ_ㅠ
모유수유하니까 다른 곳 살은 다 빠져버렸는데 저도 뱃살이 그대로에요
자궁수축은 이미 다 된것같다고 하는데.
뭐 건강하게 살면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