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25일
분유가 있어서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엄마가 직접 키우지 못할 경우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의해 모유수유를 도저히 할 수 없는 경우. 분유는 모유의 적당한 대체품이 되어 왔다. 그래서 이젠 사람들은 갓 태어난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더 이상 염려하지 않는다. 분유를 먹여서 키우면 되니까. 우리는 모두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보다 우유병을 물리는 모습에 익숙하니까. 또 별다른 문제가 없더라도 어떤 엄마들은 자유를 위해서 분유를 선택하기도 하는 걸.
너무나 보편화된 나머지 분유는 이제 절대 절명의 선택이 아닌 손쉬운 선택사항이 되어 버렸다. 젖이 모자라면, 아기가 젖을 안 물면, 외출을 해야 하면, 산모가 잠을 너무 못자면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것이다. 이렇게 분유가 보편화된 상황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무엇일까. 엄마 젖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뿐일까?
분유는 편리하게 모유의 자리를 대신해 왔다. 하지만 그 편리함으로 인해 우리는 너무도 쉽게 모유수유를 포기한다. 물론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신의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고 싶어 하고, 먹이고자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아기가 젖을 물지 않아 피가 나도록 젖을 짜서 먹였다는 엄마도 여럿 보았다. 아기를 울려가며 씨름도 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먹일 것이 오직 모유밖에 없었다면, 분유가 없었다면 그 노력은 더욱 절실하지 않았을까? 주변에서도 이젠 그만하고 분유먹이란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엄마젖을 먹기 전에 분유에 익숙해지는 상황도 없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그냥 분유 먹이자 라는 판단은 더 어렵게, 어렵게 눈물로 얼룩진 노력과 처절한 싸움 끝에 겨우 이루어진 것이라야 한다. 원래 모유수유는 처음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누구나 힘들게 노력하고 애써야 익숙해지는 일이다. 그러니 힘들다고, 애가 잘 물지 않는다고, 젖이 모자라다고 하루 이틀 혹은 일이주일 씨름하다 포기해선 안된다. 누구나 한 달 이상 눈물 나게 노력해야 비로소 모유수유에 능숙해진다. 특히 애를 낳고 난 직후의 일주일은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해서, 그 기간을 잘 보내는 것-다른 대체품을 사용하지 않고 아기에게 쉼 없이 젖을 물리는-이 모유수유 성공의 지름길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니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남들 하는 고생의 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 분유는 우리에게 편리함만을 가져다주진 않았다. 물 덥히고, 젖병 소독하고, 계량한 분유를 타서 먹이는 일이 어찌 간단한 일인가. 면역력이 약해 자주 아픈 아기를 돌보는 것이 어떻게 엄마에게 편한 일일 수 있겠는가. 일정한 맛에 익숙해져 이유식을 잘 안 먹는 아기를 먹이는 일은 또 얼마나 고된 일이겠는가.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결정한 일인지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 아기에게 모유가 유기농 밥상이라면 분유는 아무리 고급이라도 인스턴트 라면이므로.

# by | 2007/07/25 00:07 | 아이키우기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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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선 그래도 괜찮은데, 외식을 하게 되면 항상 애들 먼저 먹이고 나중에서야 제 몫을 먹게 되곤 했거든요. 그럼 식사시간이 길어져서 식당 주인 눈치보이는 것만 신경 쓰고 있으니 기가막힐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지요. 그렇다고 밥 빨리 먹는 남편한테 애를 맡기면..... 애는 두어 숟갈도 못 먹었는데 답답하니까 들고 나가서 산책하며 기다리겠다고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아니, 지 배만 부르면 장땡이야? 애는 굶고 있다고!!! .....라고 그때마다 외쳐줄 수도 없잖아요. 지금도 그런거 몰라요. 얘길 해줘도 모르더라고요. -_-;;;
저희는 식당가면 기본이 두시간이에요 .
아기랑 놀고 아기 먹이구 하다보면 세시간도 훌쩍 지나간답니다.
대신 집에 오면 지쳐 버린다는..
또 그로인해 엄마를 더 잘 알게된다는것에 대한 기쁨(?) 같은것을 느끼게 되죠. 그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모유수유를 고집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사무실에서 때되면 나가서 유축하는것도 눈치보이긴 하지만...
집에 들어갔을때 아이에게 인사하고, 이것저것 하느라고(주로 목욕준비를 한다거나 빨래를 정리한다거나 하는거죠.) 아이를 못안아주고 있으면 왜 엄마는 왔으면서 젖두 안주고 안아주지도 않냐..는 항의성 칭얼거림도 왜그리 이쁘게만 보이는지...^^;;
nadia님/ 호호...애 키우는 집 다 그렇지요. 그래서 다른 집들의 그런 모습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거구요. 애 키우는 집이 마냥 남 같지 않게 되지요.
머큐리님/ 제가 전에 젖물리는 모습을 숨기지 말자는 요지의 글을 쓴적이 있는데...읽어 보셨는지요? 씁쓸해 하실 것 없어요. 저는 오히려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금방 자라서 품을 떠날테니, 이제 곧 지금이 그리워질테지요.
콩콩님/ 맞아요. 강력한 책임감이 들지요? 집에가면 얼른 애부터 안으셔야지요. 목욕준비든 빨래 정리든 안고 하세요. 저는 그렇게 하는걸요. 어떻게 애를 그렇게 항상 안고 있냐는 핀잔을 받지만, 저는 개념치 않습니다.
이제는 자주 안아주는 걸 실천해야겠네요. 손목이 나가긴 했지만 나중에 돈 마니 벌어서 고쳐주겠지 ㅋㅋ
주소는 http://blog.naver.com/momentor/150017901838 (이글루가 아니라 제가 따로 운영하는 육아블로그에요)
덧글에 괜찮다고 허락하시면 연결할게요~
모유수유하는이들에게 큰 격려가 됩니다~~~
아트걸님/ 연결하셔도 괜찮습니다. 그 글 이오공감이어서 어차피 다들 보셨을텐데요.
지후맘님/ 고맙습니다. 저에게도 격려가 됩니다. 다만 분유수유하시는 분들은 읽으면 맘이 불편하실 글들이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