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고 먹이는 일

나는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것이 아기와 엄마의 건강에 좋기도 하지만 젖을 먹이려면 어떻게든 아기를 안고 먹여야 한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쩜 엄마젖의 성분보다도 아기를 안고 먹이는 행위가 때론 아기에게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모유라도 젖병에 넣어 아기를 안지 않고 먹인다면 그 모유가 엄마가 안고 젖을 물리는 것과 같을 수 있을까?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아기는 젖을 먹는 행위를 통해서 따뜻함, 안정감을 느껴야 한다. 엄마의 품에 안겨서 따뜻한 젖을 먹음으로써 사랑 받고, 보호 받는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엄마의 애정을 느끼면서 배불리 먹어 포만감을 느끼는 아기는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세상은 따뜻한 곳이라고 느끼게 되므로 자연스레 행복한 사람이 된다.

분유를 먹인다고 해도 아기를 몸에 착 붙여서 안고 따뜻하게 바라보고 만져주면서 먹인다면 아기는 더욱 행복할 것이다. 아기는 젖만으로 배불러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기에게 먹는 일은 입에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이 결코 전부가 아니다.

젖가슴이 왜 팔 아래에 위치하는지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젖은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에서 나오지 않는다. 엉덩이나 무릎 같은 부분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젖을 먹이는 동물은 대부분 그렇다. 팔로 안아 품을 수 있는 곳 그 가운데 젖이 있다. 그것은 그저 젖을 새끼의 입에 대놓고만 있지 말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오쇼 라즈니쉬의 책, “아이를 더 크게 사랑하는 법”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어머니가 단지 필요에 의해 젖을 물릴 때, 그 젖은 차갑다. 따뜻함이 없다. 어머니가 마지못해 젖을 물리고 서두르면 아기는 젖이 차갑고 사랑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아기는 자신이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아기는 어머니가 젖을 물리는 것을 즐기는 순간에만 자신이 환영받는다고 느낀다. 아기는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며 어머니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존재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머니는 아기의 온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기는 어머니를 통해 존재가 무엇인지를 안다. 어머니에 대해 아기가 갖는 생각이 곧 세상을 보는 생각이 된다.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기들은 존재에서 소외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자신을 이방인으로 여긴다. 그는 존재를 믿지 못한다. 자신의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믿겠는가? (중략) 세상은 그에게 편안한 곳이 아니다.

고백하건데 나도 준수에게 차가운 젖을 먹인 적이 많았다. 허리는 아프고 졸렵고 외롭고 아기는 웃지 않고 그런 시간이 계속되다보면 젖먹이는 일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젖 먹이기에 익숙해지고, 아기도 그렇게 되기까지 나의 젖은 때로 지루함과 차가움의 파장을 전했으리라. 그러나 그 이후엔 그리고 둘째인 준하에겐 그런 적이 없다. 위의 글을 읽고는 더더욱 젖 먹일때 따뜻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의 아기가 대여섯 살이 될 때까지 덮는 유일한 이불은 엄마의 품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나도 내 젖을 먹는 아기들에게 이불과 같은 존재가 되리라.

아기에게 젖이나 분유를 먹일 땐 꼭 안고 먹여야 한다. 먹는 것이 행복하고 편안해서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행위가 되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 그것이 아기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고, 전부라 할 만큼 중요한 일이 아닐까.

by bobab | 2007/07/26 01:47 | 아이키우기 | 트랙백 | 덧글(12)

트랙백 주소 : http://bobab.egloos.com/tb/330333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Frye at 2007/07/26 03:32
젖이 좀 편하게 돌게 되어서야 즐겁게 먹이게 되었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준하 웃는 모습이 너무 이쁜걸요? ^^

(젖이 좀 뭉쳐서 유축하고 자려고 깨어있어요.. 좀 괴롭네요.)
Commented by 찬솔 at 2007/07/26 08:25
다들 젖 먹이는 게 힘들다는 얘기가 많아서 걱정도 많지만 내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르는 것이니 궁금하고 설레기도 해요~
근데 준하의 표정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사랑스러워지네요... ^^
첨엔 준수랑 정말 비슷하다 느껴졌는데 역시 시간이 갈수록 준하만의 매력(?)이 나오는 것 같아요~
아침부터 환한 아기 표정에 더불어 행복해 하고 갑니다~

Commented by 오데뜨 at 2007/07/26 10:38
bobab 님의 글과 사진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인데 첫째때는 마음과 열정과는 달리 부모가 미숙하고 서툴러서 온전히 사랑을 전달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온전한 혜택은 비로소 둘째(이자 막내?)부터 누릴 수 있는거죠. 그래서 '둘째 이하 애들이 철은 장남장녀보다 덜 나도 성격이 더 밝은가?' ㅎㅎ 괜히 이것저것 쓸데없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Commented by 아트걸 at 2007/07/26 12:29
200일 넘은 딸이 제가 수유쿠션 차는 모습만 봐도 헤헤 거리며 웃고(사실 생후 한달 때부터 수유쿠션을 알아보고 웃기는 했어요..^^), "배고파? 젖 드릴까?"라고 묻기만 해도 배시시 입 벌리며 웃는 걸 볼 때마다 정말 기분이 좋아요. 안아주면 정말 함박웃음이고요.
우리 딸은 수유간격이 벌어진다기보다는, 조금씩 자주 먹는 편인데, 피곤할 때는 제가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누워 먹이는 쪽을 택했는데 참 괜찮았어요. 혹자는 누워서 젖 찾는 안 좋은 습관이 든다고 걱정하지만, 엄마가 괜찮은데 무슨 상관이겠어요. 어차피 때 되면 스스로 알아서 다 떠날텐데 말이지요.
그나저나 저는 누워서 셀카 찍다가 연이은 실패에 좌절했는데 이런 뽀샤시한 샷이 나오시다니 부럽습니다. ^^;
Commented by LaJune at 2007/07/26 15:16
아이고 준하 너무 이뻐요. ;ㅁ; 보밥님 표정도 굉장히 행복해 보이고요.
Commented by at 2007/07/27 01:02
준하가 이뻐서 글을 안 남길 수가 없네요. 눈팅족 강입니다. ^^ 전 제 딸이 젖을 물고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예쁜지 저절로 사랑이 솟아나요.
그런데 질문하나 드려도 되나요? 요사이 젖이 조금 모자란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아가는 4개월 되었는데, 오후가 되면 다 먹고 나서도 배고파서 그런지 빈 젖을 빨 때가 종종 있어요. 아직까지는 분유보충없이 완모중인데 자꾸 젖이 모자른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계속 물리다 보면 정말로 젖이 느나요? 느닷없이 모유수유선배님께 질문드려봅니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걱정이 되어서요. 사실 오늘 도저히 안되겠어서 분유를 한 통 사왔는데 마음 굳게 먹고 환불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어요.
Commented by at 2007/07/27 01:03
특히 아래 글을 보니 더더욱 고민이 되네요. ㅠㅠ
Commented by bobab at 2007/07/27 11:28
Frye님/ 제 경험으로는 유축을 자주 하면 더 잘 뭉치는 것 같던데요. 그냥 아이하고만 균형을 맞춰 보세요. 일종의 젖몸살일 수 있어요. 글 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데뜨님/ 그럴까요. 대신 둘째는 첫째와 관심과 애정을 나누어 가져야 하니까, 미숙하더라도 온전히 집중된 관심을 받은 첫째보다 꼭 낫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아트걸님/ 모유수유는 익숙해지기만 하면 아이든 엄마든 진심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 참 좋지요.

LaJune님/ 고맙습니다.^^ 행복하지요.

강님/ 그렇게 빈젖을 빠는 과정을 통해서 젖양이 늘어나는 것이랍니다. 그렇게 해야 몸에 젖을 더 만들어 내라는 신호를 보내게 되는 거거든요. 분유는 환불하세요. 빈젖을 아이가 빠는 게 조금은 아프시겠지만 좌우 번갈아 가면서 기다려보세요.

Commented by 暗雲姬 at 2007/07/28 10:33
유감스럽게도 나는 분유수유 했답니다.
내가 일을 가진 것도 아니고 바쁜 것도 아니고...그냥, 모유가 나오지 않았어요.
약으로 말리고 어쩌고 할 것도 없이, 그렇다고 다이어트 어쩌고 한 것도 없는데, 무지 잘 먹고 튼튼했는데, 다만 아주 지독한 난산을 한 것밖엔 없는데도 모유가 아예 나오지 않더라구요.
아기 안고 얼마나 약이 올라 했는지, 분유수유에 대한 준비는 아무 것도 해놓지 않았는데...황당했지요.
썩 좋지도 않은 소젖(송아지에게야 최상이었겠지만)을 오래 먹일 수는 없다면...4개월부터 이유식과 섞어서, 반년 지나면서는 젖병을 뗐는데요...에효, 두 돌 쯤 되어서 닥치는 대로 빨려고 하더라구요.
너무 일찍 젖병을 떼어 빨려는 욕구를 충족하지 못 했다나(소아과 선생님 말씀).
할 수 없이 그 때부터 물이며 쥬스며를 젖병에 담아 주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모유수유 가능한 분들, 정말 꼭 모유 먹이세요.
그게 얼마나 큰 행복이고 행운인데요...
Commented by bobab at 2007/07/29 20:55
暗雲姬님/ 그런 경우도 있군요. 몸이 출산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여서 그랬던 걸까요? 암튼 빠는 욕구는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충족되지 못하면 평생에 걸쳐 술이나 담배로 그 욕구를 채우려 하게 된다더라구요.
Commented by 윤정 at 2007/07/30 23:45
16개월 우리 아가야들, 아직 젖을 먹는데 음식을 먹는게 아니라 엄마 품안에서 안식을 찾고 있는 거겠죠.
Commented by bobab at 2007/08/01 01:47
윤정님/ 그렇지요. 왜 사람들은 아기들이 젖을 오래 먹으면 영양분도 없는데 먹는다고 못마땅해하나 몰라요. 젖은 영양분 그 이상의 무엇이고, 그게 더 중요한 것인데 말이죠.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