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를 돌보는 일’하면 어떤 일이 떠오르는가? 나는 동생이 많아 엄마를 도와 아기를 많이 돌봤음에도 불구하고, 아기 돌보는 일 하면 먹이고, 씻기고, 기저귀 가는 일, 그리고 놀아주는 일 정도만 생각했었다. 아기를 돌보는 일 중에서 잠을 재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렵고 고단한 일인지는 아기를 낳고나서야 알게 되었던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아기를 재우는 일이 너무나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제발 애 재우는 일만 누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렇다면 나는 부족한 잠도 더 잘 수 있고, 꼭 잠을 자진 않더라도 밥을 편히 먹거나 샤워를 하거나 아무튼 자유시간이 적어도 두 배는 늘어나게 될 테니까 살만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준수 때는 그러지 못했다. 준수는 젖을 물어야만 잠이 드는 아기였기 때문이다. 오로지 나만이 준수를 먹일 수 있었고, 재울 수 있었다. 애 돌보는 일 중에 먹이고 재우는 일을 빼고 나면 남는 게 뭐 있는가. 그렇게 붙어 있다 보니 기저귀 가는 일도 자연히 내가 많이 하게 되었다. 갓난아기는 먹고 자는 게 일이니 놀아줄 일도 별로 없다. 씻기는 일은 하루에 기껏해야 30분 걸린다.
조산원에서 퇴원해서 집에 온 직후에 졸면서 젖을 찾는 준수를 친정엄마는 그런 버릇이 들면 안 된다며 눕혀서 귀도 살살 만져주고 토닥토닥도 해보고 하셨다. 그러나 어떻게 해도 준수는 울기만 했고 나는 울리고 싶지 않아 안고 젖을 물려버렸다. 그렇게 준수는 계속 젖을 물고 잠들었다. 나도 ‘베이비 위스퍼’라는 책이나 잠재우기에 관한 다른 책-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을 읽고 나서 울면서라도 혼자 잠들게 하려는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러나 모든 시도는 실패했고 준수는 결국 두 돌 가까이 될 때까지 젖을 물고 잠들었다. 물론 밤중수유도 계속했다.
둘째인 준하도 지금 젖을 먹다 잠이 든다. 그러나 준수처럼 반드시 젖꼭지가 입안에 들어가 있어야지만 잠이 들진 않는다. 준수는 젖을 먹으며 잠이 들다가도 완전히 잠들기 전에 젖꼭지가 빠지면 즉시 잠이 깨어 울었다. 준하는 그렇진 않다. 그렇게 입안에서 느끼는 젖꼭지의 존재감에 예민하지 않다.
많은 엄마들이 아기가 혼자 잠들었으면 하고 바란다. 혼자 잠드는 버릇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아기자신을 위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위의 책들에선 그런 식으로 언급한다) 또 엄마도 편하니 서로를 위해 좋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나는 그렇게 아기에게 혼자 잠드는 버릇을 길러주는 일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젖을 물고자는 버릇이 그렇게 나쁜 버릇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아니, 그걸 가지고 그렇게 고민하고 씨름할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물론 나도 한때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일이지만.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아이를 여럿 키운 것도 아니지만 직관적으로 어린 아기일수록 모든 경험이 행복해야 하고 그것이 가장 우선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아기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충족되어 행복하게 잠드는 느낌을 갖는 것보다 혼자 잠드는 버릇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아기에게 젖을 물려 재워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아기들은 젖을 물지 않고도 쉽게 잠이 든다. 살살 흔들어 주거나 귀를 만져주거나 토닥토닥 거리기만 해도 잠이 드는 아기에게 젖을 들이댈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기들은 잠이 드는 느낌을 무서워해서 울고, 보챈다. 그렇게 아기가 불안해서 울 때 젖이 아닌 것으로 위안을 받아 잠이 든다면 상관없지만, 엄마의 체온과 존재감을 몸속에서 느껴야지만 안정감을 얻는다면, 그 아기를 ‘이건 너를 위한 일이란다’하면서 울리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어떤 아기가 젖을 물면서 잠이 들면 그것이 엄마가 버릇을 잘못들인 결과일까?
아기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니 설득도 안 되고, 교육도 안 된다. 어떤 사람은 버릇을 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기는 많은 것을 이미 ‘가지고’ 태어난다. 잠이 들 때 젖이 필요한 아기는 그런 욕구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만일 그런 아기를 울려서 혼자 잠들게 했다면 그건 아기가 포기한 것이지 교육된 것이 아니다.
사람은 매일 잠을 잔다. 그러니까, 매일 잠이 드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엄마 뱃속이라는 편안한 환경을 떠나 세상이라는 낯선 곳에서 지내는 첫 나날들이 행복으로 채워지기를 모든 엄마는 바라지 않을까? 아기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채워주고 사랑한다고 전해주는 일, 그것은 행복하게 잠이 드는 일부터 시작할 거라고 믿고 있다.


덧글
2008/01/25 01:35 # 삭제
비공개 덧글입니다.
아트걸 2008/01/25 11:27 #
돌 지나서까지 젖물려 재우는 한 사람으로서...공감 많이 합니다. ^^육아서적 때문에 엄마들이 더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괜히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강박관념을 갖는 경우를 종종 보네요.
저는 '당연히' 젖물려 재워야겠다고 임신 때부터 생각했어요. 어차피 생애 1~3년만 그렇게 할 일인데, 굳이 부득불 소모전을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8개월 정도부터 젖 안 물고 자는 빈도도 꽤 높아졌어요. 잠투정 심할 때는 젖이 즉효라, 저도 정신적으로 더 편하고요. ^^
그나저나 준하 저 볼이랑 손등 통통한 거 정말 예뻐요~ ^^
찬솔 2008/01/25 12:25 #
민준이도 졸릴 때는 계속 젖 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모유가 부족해서 배고파 잠이 못 드는 것인가 생각도 했었어요. (주위에서 그렇게들 말씀하셨죠.. --;;;) 그냥 재우는 방법도 있긴 하겠지만 저 역시도 아이가 젖을 물고 있는 편한 느낌 속에서 잠들기 원한다면 그렇게 해 줄 생각입니다. 덕분에 먹이는 것도 재우는 것도 엄마가 다 해야 하니 힘들긴 하지만 또 그렇게 해 줄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라 바꾸어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음.. 그래도 잠투정은 초보엄마에게 참 난감한 코스이긴 하더군요. ㅋㅋ
준하의 저 통통한 볼이랑 팔은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막 건드리고 싶을 것 같아요. 겨우 재워 놓은 아기 볼이나 손, 발 건드려서 깨워놓는 울 신랑이 문득 생각나네요. ^^
시크릿 2008/01/25 12:36 # 삭제
준하 사진 정말 귀엽네요. ^^저는 베이비위스퍼대로 아기 때부터 옆에서 젖 안물리고 다독거리면서 재웠었어요. 잠투정 심할 때도 안고 달랜 후에 뉘이고 다독거리고 재우고... 그러다 4개월 즈음부턴가 손가락을 빨기 시작하면서 잘 때 손가락을 많이 빨더라구요. 별로 신경 안썼었는데 어느 순간 많이 빠는 검지, 중지 손톱의 퀄리티가 영 이상해져서 차라리 젖을 물리는 게 낫지 싶어 5,6개월부턴가부터 젖물려서 재우기 시작했어요. 특별히 힘들진 않은데, 그러다보니 자고-먹고-놀고의 리듬이 젖먹고-자고-젖 먹고-이유식 먹고-놀고.. 이렇게 되다보니 삐뽀 하선생이 말하는 찔끔찔끔 하루 종일 먹는 결과 엇비슷하게 된 것 같은... --;; 근데 이젠 그것도 신경 안쓰게 됐네요.
nadia 2008/01/25 19:01 #
사진이 너무 너무 이뻐요
봄맘 2008/01/25 19:13 # 삭제
보밥님이 저랑 비슷한 점은 저도 두 아들 그것도 지금 33개월, 10개월된 아이들을 뒀고요 무엇보다 그 아이들의 특징이 아주 비슷해요.. 첫째인 성현이도 거의 두돌 무렵까지 젖을 물리면서 재우고 중간에 깰때도 꼭 젖을 물어야 했지만 둘째인 찬이는 젖물려 재우면 중간중간 깰때 젖을 먹지 않으려고 해서 그냥 팔베게하고 안아주기만 하면 자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무엇보다 통통한 볼과 팔이 우리 찬이랑 너무 비슷하네요.. 깨물어주고 싶고 콕 찌르고 싶어요..
아줌마 2008/01/25 23:52 # 삭제
제 생각과 같은 글을 보니 넘 반갑네요^^ 저희 아긴 13개월째에 스스로 젖을 끊었는데요..그때까지 낮이나 밤이나 젖을 물어야 잠들었어요..이가 나면서부터는 밤중수유를 끊어보려고 울리기도 해서 단기간은 성공했었는데..또다시 젖을 물고 자려고 해서 결국 포기하고 아기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습니다.근데, 모든 육아책에서 밤중수유를 하면 절대 안 되는 것처럼 얘기해서, 첫아이를 키우는 저로서는, 마음속으로 갈등하고, 이래도 되나? 하며 혼란스러워하면서 젖물려 재우기를 계속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괜한 고민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모든 아기들이 똑같지 않고, 책대로 되는 것도 아닌 것을..모든 애들이 책대로 된다면 다들 국, 영, 수 잘해서 몽땅 서울대에 들어가야 하겠죠?^^
아기들마다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간이 흐를수록 깨달아 갑니다..
좋은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아오이 2008/01/26 02:37 # 삭제
세상에나 준하 어쩜 저리 포동한가요. 정말 볼태기며 손이며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어쩌지 못하겠네요.저희아들역시나 젖뗄때까지 젖을 물려야만 잠이들었어요.
저 역시도 많은 글과 책을 통해 울려서 길들여보라는말 많이 들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더라구요.물론 시도를 잠깐씩 하긴 했었지만요.
어찌보면 잠시(?) 지나고 나서 이렇게 젖떼고나면 다시 못느낄 순간들인걸요.
Frye 2008/01/26 03:48 #
저도 젖 찾을 때마다 항상 그냥 줘요. 그게 아들을 느긋한 성격으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제는 젖 물리는 것도 즐거워서 이현이가 헥헥헥하는 걸 보면 장난도 치고 그런답니다. 다르게 재워 보려고도 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서로 너무 피곤했어요. 그냥 원하는 대로 해 주자~ 하니까 둘 다 편하더라구요. 이제는 피곤할때까지 놀다가 헤롱헤롱할 때 젖 물리면 1분안에 잠들때도 있어서 좋습니다. ^^
bobab 2008/01/28 00:25 #
비공개님/ 엄마가 건강해야 하는데...아프셔서 어떻하나요.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러나 힘들어도 그만큼의 보람이 있는 삶이지요? 기운내시길 빕니다.아트걸님/ 우와~ 어떻게 임신때부터 젖물려 재우는 일 같은 디테일까지 알고 계셨나요? 언니와 조카가 있어서 그런가요? 그렇지요? 때로는 육아서적이 아기 키우는 일을 더 힘들게 만들지요.
찬솔님/ 민준이도 그렇군요. 따지고 보면 젖을 물고 자려는 아기가 그렇지 않은 아기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아요. 민준이도 이제 곧 저런 포동포동 절정기에 오르겠지요? 준하는 이젠 살이 빠져가고 있어요. 흑흑
시크릿님/ 젖을 충분히 빤 아이들은 손가락을 빨지 않지요. 손가락은 젖의 대용품이니까요. 책대로 아이를 키울 수도 없고 키울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nadia님/ 젖을 먹다가 수유쿠션위에서 잠든 모습을 제가 힘들게 찍은 사진이랍니다. 제가 바라 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남기고 싶은데 엄마와 아이 사이의 가까운 거리는 사진으로 그 느낌을 정확하게 남기기가 힘들어요. 아쉬운 일이지요. 제 마음속에 남겨야만 하나봐요. 어쨌든 아이의 모습은 사랑스럽지요.
봄맘님/ 우와 정말 저희집 애들이랑 개월 수가 거의 같네요. 아무래도 첫애가 둘째보다 예민하지요. 아마 태교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해요.
아줌마님/ 글 잘 읽어주신다니 고맙네요.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젖을 물려 재우고, 그것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군요. 더 많은 엄마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아오이님/ 맞아요. 젖 먹이는 시절이 너무나 행복하지요. 엄마들에겐 모두 훌륭한 직관이 있나 봅니다.
Frye님/ 엄마와 아이가 둘다 편한 방법. 그건 아이가 혼자 잠드는 것만 그런 건 아니지요.
엘리 2008/01/28 15:05 # 삭제
맞아요. 아이 재우는게 젤 큰일.혼자 재운다고 울렸던 일.. 아직도 후회하고 있답니다.
몇년 지나면 다 지나갈 일인데요.
이렇게 콕콕 찍어주는 분을 좀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껄..
beatlejude 2008/01/29 12:14 #
저도 젖물려 재우는거 고민 많이 했는데 에라 모르겠다~라며 아이의 본능을 받아들이니, 오히려 육아가 더 즐거워지던걸요. 침독이 있지만, 원할때마다 그냥 물립니다. 호통치는 육아서들을 보며 오히려 좌절할때가 많은 것 같아요. 자신감이 다시 생기네요. 고맙습니다.
bobab 2008/02/01 01:36 #
엘리님/ 저도 울린 적이 있는 걸요. -_-; 정말 마법처럼 지나가는 시절인데.beatlejude님/ 맞아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육아가 훨씬 더 수월해지지요. 바로 그거예요.
하루카 2008/02/25 15:02 # 삭제
저도..젖 물리고 재웁니다. 울때 특효약인거 같아요. 그런데 제 젖이 너무 많이나와서원치않게 너무 많이 먹는? 부작용도 있더라구요.
자다 거북해서 깨서 울다가 트름하고 자는..그런것도 있고;;
아흉 그래도 날이 갈수록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터득해나가는게 있어서 좋네요.
bobab 2008/02/26 02:11 #
하루카님/ 애들은 다 제 양만큼만 먹는답니다. 그러니 그런 염려는 안하셔도 될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