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13일
먹을거리-내 삶의 바탕

옷이나 신발을 사는 일이나 교통수단에 지불하는 돈엔 궁상맞을 정도로 아끼느라 유난을 떨면서, 맛있는 외식을 위해서나 집에서 해먹을 음식재료를 살 때는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나는 언제나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 꼭 필요한 것만을 사려고 노력하는 한편 비싸더라도 좋은 것, 맛있는 것을 사려고 하는 것이다.
먹는 일에서 외식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매일 집에서 먹는 밥만큼 내 삶을 이루는 데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일은 없다. 매일 먹는 음식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나는 굉장히 신경을 쓴다. 어쩌면 좋은 음식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좋은 음식이라고 해서 특이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 흔히 있는 종류의 재료들일 뿐이다. 나는 주로 한살림에서 식재료를 장만하는데, 유기농 채소 위주로 반찬을 만든다.(한살림에서 파는 농산물은 모두 국산이다)
매일 먹는 반찬을 만들어 먹어보니 좋은 재료는 만드는 솜씨가 좀 어설퍼도 재료 자체만으로 훌륭한 맛이 난다는 것을 알겠다. 그리고 좋은 재료란 대게 제철에 나고, 수확한지 얼마 안 되어 싱싱한 식품이라는 것도. 아무리 품종이 뛰어나다고 해도, 싱싱함이 가진 맛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갓 따온 채소는 그 무엇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뛰어난 맛을 가지고 있다.
신선함. 신선함은 생명력이 있는 좋은 먹을거리의 핵심이다. 그런데 그 먹을거리의 신선함을 우리 농산물 말고 그 어떤 수입 농산물이 가질 수 있을까. 겉으로 보기에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면 그것은 위장된 모습일 수밖에 없다. 뿌리에서, 줄기에서 떨어져 나온 지 하루 이틀된 열매와 일주일 된 열매가 어떻게 비슷할 수 있단 말인가.
결혼해서 내 살림을 이루기 전에는 그냥 막연하게 이젠 우리 농업을 무조건 지켜내고자 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농업위주의 사회도 아니니 농업보다는 스위스처럼 기술집약적인 산업 위주로 투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러기 위해선 농업의 진흥과 시장을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가끔 읽었던 신문 어느 구석에서도 우리 농업은 절대 포기해선 안 될 가치라는 글은 없었으니까. 내 생각은 신문 논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참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었다. 어떻게 우리 농업이 그저 우리나라의 여러 산업 중에 하나일 뿐일 수가 있는가. 내가 매일 먹는 음식의 신선함과 건강함의 바탕이고 그건 곧 내 건강의 바탕이다. 내 건강은 내 삶의 바탕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나라 농업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농업은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해 우선적으로 지켜내야할 가치라는 것이다. 한미 FTA비준은 대운하만큼이나 우리 삶을 비참하게 파헤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by | 2008/02/13 03:15 | 맛있는거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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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풍족하게 먹을 수 있을 날이 언제까지나 계속 될 수 없을테지요. 그 때 가서야 많은 사람들이 참된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신문에 애그플레이션 얘기가 보일 때마다, 유류값인상->수입밀가루값인상->밀가루제품 인상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도대체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왜 국내 농업 살릴 생각을 안하고 있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먹는 걸 자급자족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다른 걸 생각한다는 건지..
보림님 글을 보며 다시금 우리땅에서 나는 귀한 먹거리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저또한 한살림 조합원으로 기분좋은 공감 ^_^
아이를 키우며 느끼고 달라진 눈으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꿔가고 싶네요.
구름빵님/ 네. 정말 아이가 제 삶을 또 새롭게 건강하게 바꿔 놓네요.
흐뭇님/ 귀농이라니 정말 존경스러워요. 저에게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라서요. 그러나 어느때보다 간절히 시골에서 아이들을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한번 놀러가도 될까요? 흐뭇님의 진짜 집에.
시크릿님/ 정치하는 사람들은 무슨 책을 읽고 사는 걸까요? 책을 읽기나 할까요? 정말 한심해요.
비비아나님/ 음...한살림 조합원 집합이로군요. ^^ 반가와요.
놀러오시면 언제든지 환영이예요. 저희 동네에도 생협에서 체험행사로 자주 오고 해요.
시골동네에 마음껏 뛰어다니면서 놀게하면 참 좋지요. 이제 날씨도 따뜻해지고 하면 오세요.
빈방도 있으니 주무시고 가세요.
그나저나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젖먹이 어린 아기가 있는 집에 놀러 가겠다니, 참 뻔뻔하지요? 그러니 아기 백일 지나면 가겠습니다. 그때면 날이 많이 따뜻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