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14일
진짜 유기농

아이를 갖기 몇 년 전부터 나는 친환경 야채를 사 먹었다. 무농약이니 유기농이니 하는 제품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다지 보편화되진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미장원에서 만난 어떤 아주머니의 권유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승환이 왕비듬 때문에 어떤 헤어 제품을 살까 고민하는 걸 보더니 야채를 일반 야채 말고 친환경 야채로 바꿔서 먹어보라고, 확실히 다르다고 말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승환의 비듬이 계기가 되어 식품매장의 친환경 야채코너를 이용하기 시작한 셈이다.
대형 슈퍼마켓의 친환경 야채코너에서 시작해서 동네의 작은 친환경 제품 매장을 거쳐 지금은 한살림에 이르렀다. 사실 어떤 대단한 의의를 두고 옮겨온 것은 아니었다. 더 저렴하고, 더 싱싱하고, 더 좋은 물건을 사고 싶어서였다. 슈퍼마켓보다는 동네 친환경 매장이 더 저렴했고, 그 친환경 매장보다 한살림의 물건은 더 싸고 좋았다. 나는 소비자이므로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마련인 것이다.
그런데, 이용을 하면 할수록 한살림과 같은 생협의 조합원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유통경로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개의 경우는 한살림 상품이 품질도 좋고 저렴하지만 가끔 약간 상한 상품이 배달되거나 조금은 더 비싼 물건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상품들을 원망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부패를 방지하는 약을 쓰지 않았기에 운송도중 상하기도 하는 식품들을 보면 나는 오히려 안심이 된다. 며칠이든 몇 주일이든 놔둬도 상하지 않고 그대로인 식품을 보면 오히려 수상쩍고 기분 나쁘다. 가끔 조금은 상태가 안 좋은 물건을 받더라도, 한살림 운동의 의의와 취지를 지지하기 때문에 개선을 위해 조언을 할지언정 등을 돌릴 생각은 없는 것이다.
내가 한살림과 같은 생협의 운동을 지지하는 중요한 이유는 두가지이다.
하나는 유통경로가 짧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내가 지불하는 상품대금의 70%가 생산자인 농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같은 유기농이라도 미국에서 생산된 유기농 제품을 진짜 유기농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화석연료를 공중에 흩뿌리며 지구 반바퀴를 돌아온 제품을? 농약을 주지 않고,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키우는 것이 단지 사람 입에 들어가는 음식에 나쁜 물질을 넣기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가? 중국산이든 미국산이든 유기농이기만 하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내 입에 들어가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 집 앞에만 쓰레기가 없다면 옆집이든 동네에든 넘쳐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밟고 있는 땅은 다 연결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모유는 엄마의 젖꼭지에서 나와 바로 아이의 입으로 들어간다. 유통경로라고 할 것이 없다. 그것이 진짜 유기농이다. 유기농분유는 사실 진정한 유기농이라고 볼 순 없다. 그 분유를 생산하기 위해, 소비하기 위해 존재하고 소비되는 엄청난 시설과 인력과 연료를 생각해보라. 제품만 볼 것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과정까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
요 몇 년간 한국사회는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고 한다. 치솟는 부동산값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아무튼 서민들은 경기가 침체되어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느끼고 있는 반면, 고가의 수입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늘어났다고 하니까 말이다. 경기가 나쁘다 나쁘다 하지만 건축설계를 하면서 건축주를 상대하다 보면 잘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다못해 설계 사무실도 큰 회사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일이 많아 돈을 끌어 모으고, 작은 사무실은 일이 없어 문을 닫는다. 대기업은 잘되고, 중소기업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만 시장을 보고, 백화점에서만 옷을 산다면 내가 지불하는 돈의 대부분이 대기업으로 들어갈 것이다. 중소기업도 잘 되는 나라가 되길 바라면서, 그 반대의 행동을 하는 셈이다. 친환경 야채라도 대형마트의 상품은 단 10%도 안 되는 돈이 농민에게 돌아가지만, 한 살림과 같은 생협의 상품은 농민에게 물품대금의 70%가 돌아간다. 어떻게 그 소비의 의미가 같을 수 있겠는가?
내가 소비하는 돈이 내 생활에 어떤 의미인지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젠 이 사회에 어떤 의미가 되는지도 생각하며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by | 2008/02/14 23:45 | 건강하게 살아가기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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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먹을거리를 읽고도 새삼 느낀 것이지만, 전 참 먹거리에 무심한 사람이예요..워낙 단 것을 좋아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주는대로 먹는 편이라^^* 그래서 임신 중에서 별로 조심하질 않아서, 아기가 태어나 아토피면 정말 미안하겠다...모 이런 생각을 했었더랬지요 ;;;
그래도 휴직을 하며, 음식 만드는데 관심을 가져보자 마음 먹고 있는 중인데 보밥님 글을 읽고나니
더욱 다짐하게 됩니다^^
암튼 오늘도 보림님 글에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 (혹시 한살림에 대해서 궁금한 거 있음 담에 질문할께요. 헤~)
언젠가 TV에서 보니 아이가 무슨 중금속 중독이었는데, 추적을 해다가 보니까 생선을 좋아하는 엄마가 먹은 생선에 중금속이 득시글거렸다는.
참 무서웠어요.
한살림은, 우리 동네까지는 배달이 안 되어, 가끔 옆도시 후배네 집으로 배달을 시키거나 서울 갈 일 있으면 직접 매장엘 가곤 하죠.
그러니까 내게는 많이 불편하더라구요.
좀 더 많아지면 유통거리도 넓어지려나.
멀리 남해에 시켜먹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제철 노지채소가 많아 모양이 참 못 생기고 종류에 따라 판매기일도 짧은데, 대개 얼려서 배달합니다.
그리고 '작은책'에도 곡식이나 장을 판매하는 이 연결시키는 페이지가 있어요.
현재까지 아토피가튼게 없었는데 얼마전에 손에 주부습진이 걸리더니 몸에 군데군데 빨갛게
올라오고 간지러운지 긁어서..걱정이거든요 나도 유기농으로 먹이고 싶어요 여기 덕분에
또 하나 알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Generosa님/ 내 입엔 아무거나 집어 넣다가도, 애 입에 넣을 땐 좀 더 조심하게 되어요. ^^
찬솔님/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군요. 텔레비젼을 보지 않아서 몰랐네요. 혹시 프로그램 제목 좀 아시면 알려주실래요? 그리고 한살림에 대한 질문, 제가 아는 한은 열심히 답해드릴께요.
暗雲姬 님/ 제가 읽은 책에서는 중금속이 태반을 통과해서 태아에게 전해지지만 모유를 통해서는 전달이 안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던데...
저도 산지에 직접 주문해서 택배로 받아서 먹는 것도 있답니다. 작은책이 뭔지 찾아봐야 겠군요. 그나저나 시골에 사신다고 하셨죠? 텃밭에서 길러도 드시나요?
현수맘님/ 아이 피부가 그렇다면 채소를 유기농으로 먹이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탕이나 화학첨가물을 먹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요.
파란딸기님/ 그렇군요. 저는 지역생협을 잘 모른답니다. 생협이든 한살림이든 아이들이 좀 크면 조합원모임도 참여하고 싶어요. 저는 과천에서 한살림을 시작했는데, 그 동네 분위기도 좋은 것 같더라구요. 지금은 이사해서 아쉽지요.
또.. '공정여행'이라고 (용어 가물가물~), 여행사가 아닌 오지 (아프리카) 현지 주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고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 현지 생활체험같은 프로그램의 여행상품도 있다네요. (이건 MBC 'W'에서 몇 주 전에 봤어요.)
그리고 파란딸기님 말씀 참고해서 지역생협 관련해서도 찾아봐야겠어요. 집 근처에 바른생협 매장을 한 군데 봐 두었는데 직접 들러서 한 번 알아봐야겠네요. 덕분에 여러 가지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주인장이신 보림님께도.. 그리고 댓글 달아주신 님들께도요... ^^
찬솔님/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영시원찮아서 곧바로 사업을 접었거든요. 그 오래된 걸 어떻게 찾아내셨어요....ㅋㅋ
무표백 융천으로 만든 면생리대는 소량 있구요, 필요하신 수량을 말씀하시면
준비해드릴께요.
팥쥐님/ 앗 정보 감사해요. 사실 저도 남편이 먹을 커피와 설탕이 좀 필요했어요. 매실 담글땐 설탕이 필요하잖아요. 앞으로도 이렇게 친절한 설명 부탁드릴께요~
음, 그럴 사정이 있어서요...
처음내는 삼만원도 그렇고~ 해서 여차저차 미루며 초록마을을 종종 이용했었는데
역시 한살림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5개월된 채운이는 아토피는 없지만 피부가 매우 약해서 천기저귀를 쓰거든요
아직 100% 모유수유중이지만 저도 슬슬 유기농 준비해야 할것 같습니다.
보밥님이 확 불을 당겨 주셨지요^^
어제 생협 가입했답니다.
한살림과 생협중에 고민많이 했는데
안산에서 쓰기 편한쪽으로 했어요^^
어쨌든 한살림이든 생협이든 유기농 우리농산물 많이 먹는게 당연한 세상이였으면 좋겠어요^^
다들 많이 드셨으면 하는 바람이^^
아직은 유기농 먹는다고 하면 "돈 많구나~" 하며..비꼬는 시선들이..여기저기^^;;; 웃기는세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