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21일
아이가 둘이라는 것

이제 곧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일 년이 된다. 갓 태어나 내 배위에서 꿈틀대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아기가 벌서 붙잡고 서서 걸어 다니고, 설거지하는 나를 올려다보며 “움마!”하고 나를 부르니, 아이의 성장이란 얼마나 놀랍도록 빠른 것인지.
둘째 아이가 기어 다니다가 혼자 앉아서 놀게 되고, 형이 자전거를 타면 그 곁을 붕붕카를 질질 끌면서 걸어 다니기 시작하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물론 아직도 작은 아이는 엄마의 관심어린 눈길을 계속 요구하고, 품에 안아 젖도 먹여야 하고, 큰 아이도 요구사항이 엄청나게 많지만 아주 잠깐의-몇 개의 그릇을 씻거나 빨랫감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세제를 넣어 돌릴 정도-시간 동안은 둘이 어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채 5분도 안 되는 시간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 싶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3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야말로 천지차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항상 애를 안고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되고, 빨래를 돌리기 위해 애가 잠들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개킨 빨래를 방에 갖다 둘 때 애까지 함께 안고 갔다 오지 않아도 되고 빨래를 널 때 애를 업고 널지 않아도 된다. 집안일 하는데 있어서 손이 꽤 빠른 편인 나는-부지런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짧은 시간만으로도 뭔가 일을 대충 마무리한다. 그러니 밥 먹고도 설거지를 쌓아 놓지 않아도 되고, 해치우고 싶은 일을 즉시 힘들지 않게 해치울 수 있으니 맘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아직은 어리고 제 것을 양보할 줄 모르는 준수가 동생과 놀아주어서가 아니다. 말귀 못 알아듣는 준하가 형의 작전지시를 따라서도 아니다. 다만 이제 아이들은 서로의 존재감만으로도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안다. 때로는 장난감을 빼앗고 뺏기느라 울고, 때로는 형의 짓궂은 장난으로 깔고 깔리며 울어도 어쨌든 서로가 있는 편이 더 나은 것이다. 그저 늘 갖고 놀던 자전거나 붕붕카를 타고 마루를 달릴 뿐인데도 둘이 함께 달리면 왠지 신나고 박진감이 넘치는 것 같고, 냉장고를 뒤지는 일도, 잠자리를 펼칠 때 요에 볼을 부비는 장난을 하는 것도 둘이 같이 하면 더 신명이 난다. 그렇게 장난을 칠 때, 엄마가 “요 녀석들~!”하고 소리라도 지르면 더 재미나서 같이 깔깔거린다.
아이들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부모와의 관계에서 나눴던 교감과 또래끼리 느끼는 교감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것이다. 항상 위를 올려다보며 보살핌과 도움을 받던 관계가 아니라 같은 눈높이로 무언가를 함께 하면서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동지가 되어 달리는 즐거움을.
이제 집안은 두 아이가 만들어 내는 리듬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예전에 아이가 준수 혼자 였을 때는 아이가 아프면 집안의 모든 것, 내 생각의 중심에 아이의 병이 있었다. 사소한 열감기라도 모든 신경과 생각은 아이의 감기를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가 아픈 것은 생각과 신경의 주변부로 밀려나 버렸다. 아이가 둘이니 ‘며칠 전엔 준수의 감기가 심하더니 이번엔 준하로군’ 하는 정도로만 생각된다. 실제로 친구와 약속을 잡을 때 아이들이 아픈 것을 까맣게 잊고 있을 때가 많았다. 아주 심하게 앓을 때가 아니면 가벼운 감기 정도는 그러려니 하고 크게 신경을 안 쓰다 보니 그런 것이다. 캘록캘록거리고, 콧물을 흘리면서도 신나게 잘 놀 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어느새 말짱하게 나아 있으니 이젠 아이들의 그런 감기 증상이 생활의 리듬정도로만 느껴진다.
아이에겐 오롯이 모아지는 강렬한 관심집중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이런 느슨한 관심도 못지않게 아이에게 유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편안하게 바라봐 주는 부모의 시선. 가벼운 감기 정도는 걱정스런 시선이 없는 편이 낫지 않은가. 하나하나 모조리 부모가 다 알고 있는 것 보다는 그렇게 생긴 공백이 오히려 아이에게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 여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아이가 둘이니 하나일 때와는 정말 많은 것이 다르다. 이렇게 더 다양하고 더 풍부하고 훨씬 더 재미있을 줄이야. 심각하다고 생각했던 일은 사소해지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일은 신나졌다. 물론 말로 다 할 수 없이 더 대충 대충 키우고 있지만 왠지 더 잘 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by | 2008/02/21 02:20 | 아이키우기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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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하는 빠른 편이군요.
만두는 비만이었다가 살이 빠져서 우량아 등급에 들어서려고 해서 아직 배밀이에요.
좀더 천천히 자라주었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듭니다~~우리 현수도 어찌나 강아지를 조아하는지..맨날 이불 덮어주고 안아주고
뽀뽀해주고..그런 모습 보시는 엄마는 너 빨리 둘째 낳아야겠다고 현수가 잘 돌볼꺼 같다고 ㅋㅋ
너무 조아보여요~~~닮은 형제가 있따는건 정말 축복인것 같습니다
Recce님/ 반갑습니다. 아무튼 환경이 종합적으로 바뀌니까요. ^^
nadia님/ 발육은 좀 느린 편인데(이빨이 두개 났어요) 발달은 빠른 편인 것 같아요. 뭐 별 의미는 없지요. 만두가 천천히 자라 주었으면 하시는 걸 보니, 초보 엄마치고는 꽤 즐기고 계신가 봐요. 멋지세요.
현수맘님/ 현수가 몇 개월인가요? 남자아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는 행동을 보니 여자아이인가 싶네요. 여자 아이들은 동생을 더 잘 돌본다고 하던데요. 아무튼 형제가 있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한양댁님/ 아이가 많이 컸던데요. 둘이라고 해서 더 힘든 것은 아니랍니다. 오히려 엄마를 더 편하게 해주는 면이 있지요. 하나만 키우면 7년이고 8년이고 어른이 함께 놀아 주어야 하지만, 둘이면 단 3년이면 놓여 나는 걸요. -_-
시크릿님/ 저도 준수때 그런 경험을 했지요. ^^ 님도 둘이면 확실히 달라지실 걸요.
찬솔님/ 그럼요. 지금은 충분히 힘드실테지요. 힘들면서도 이뻐서 둘째 생각을 하게 되지만. 딸이어도 , 아들이어도 좋겠지요.
울 한영이도...이제 곧 남동생 태어나는데... 준수 준하 형제들 처럼 자라나겠지요...
그 과정이 쉽지 만은 않겠지만...
보림님의 글을 읽으면서 행복한 기대를 해봅니다.. ^^
정말...아이들은 쑥쑥 자라네요.
저렇게 어울려 노는 아이들을 보면 윤하에게도 형제가 필요하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아직 제겐 두 아이는 너무 어려운 일로 생각되네요. 어쩌면 윤하는 외동으로 자랄지도 모르겟어요..^^
흐뭇님/ 고맙습니다. 근데 벌써 여유가 생기셨다니...정말 대단하세요. 그래도 아직은 재봉틀은 하지 마세요...^^
콩콩님/ 직장생활 하느라 너무 힘드실텐데... 게다가 윤하는 이제 겨우 돌이니 벌써 생각하실 필욘 없지요.^^
하루카님/ ^^ 세살 터울이 제일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현수는 싱크대 밑에 살림살이를 너무 조아하는데~~한동안 냉장고에 집착하더니 이번엔
그릇사랑에 빠져서는 맨날 행주로 닦고 또닦고 ㅋㅋㅋ 예뻐요~~보기만 해도 배부른 아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