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28일
이제 갓 아기를 낳은 내 친구에게
친구야! 무사히 아기를 낳은 거, 진심으로 축하해.
비록 너와 내가 간절히 원했던 대로 자연분만을 하진 못했지만, 아기도 너도 건강하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이니? 지금은 그거면 충분하고도 또 충분한 거지. 지금은 지나간 일에 마음 쓰지 말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자. 당장 네 앞에는 모유수유라는 험난한 산이 기다리고 있거든. ^^
아기의 얼굴을 본 감격과 수만가지 감상을 제대로 느끼고 펼쳐보기도 전에 육아라는 난코스에 너는 이미 접어들었단다. 목욕시키고 기저귀 바꿔 채우는 일은 당장은 누군가가 도와주고 알려 줄 거야. 하지만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일은 이 세상 오직 너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지. 수술부위의 통증과 싸워가며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일은 곁에서 보는 사람에겐 엄마와 아기가 연출하는 아름다운 풍경이겠지만 직접 겪는 너에겐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또 하나의 싸움이 될 거야. 아직은 어색한 자세로 젖을 먹이느라 팔과 손목은 저릿저릿해지고 허리는 쑤시거나 뻐근해지겠지. 젖꼭지는 아기가 빠는 힘에 시달려 허물이 벗겨지고 갈라져 피가 날지도 몰라. 어쩜 젖이 충분치 않다고 아기가 먹다가 울며 보챌 수도 있지. 애가 잘 빨지 못할 수도 있고, 네 젖이 모자를 수도 있고, 넘칠 수도 있고... 그야말로 난관은 가지가지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유수유는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과 그 고통은 감내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지.
나는 네가 그 모든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길 바란다. 피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이겨나가기를. 애가 못 빤다고 유축기로 짜서 젖병에 담아 먹이지 말 것이며, 잠을 푹 자고 싶다고 네 곁에서 아기를 떼어 놓지 말 것이며, 하루 단 한번뿐이라 할지라도 분유를 먹이지 말 것이며, 산후조리 한다고 애를 손에서 놓고 쉬지 말고 힘들더라도 아기가 깨어 있는 동안에는 쉬지 말고 젖을 먹이는 연습을 계속하기를-그 과정을 통해서 젖양은 늘어날 테니까. 그리고 산후조리는 무조건 몸을 안 쓰는 것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야. 젖을 제대로 먹여야 네 자궁이 제대로 회복되는 걸.
아기가 태어난 직후의 그 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책에서 읽었니? 그 몇 십분이 탄생에 의해 엄마와 분리된 아기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라면, 아기가 태어난 후의 일주일, 혹은 한달은 모유수유의 성공에 있어 또 그렇게 중요한 시기란다. 특히 첫 일주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 같구나. 첫 일주일을 잘 보내면 그 다음은 훨씬 수월해지거든. 반면 첫 일주일 동안 단 한 두 번이라도 아기에게 젖병을 물린다면 그 순간엔 뭔가 쉽게 진행되는 것 같이 보일지라도 그로 인해 모든 일은 훨씬 어려워 질 테니 조심해야해.
젖몸살도 오겠지. 하지만 네 몸이 네 아기에게 맞는 젖의 양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과정이니 아프더라도 견뎌 내야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기에게 충분히 먹일 수 있을 만큼의 젖을 몸에서 만들어 내는 엄마들은 다 겪는 과정이란다. 그러니 또한 감사한 일이지.
젖을 먹이는 것이 처음엔 즐거움이긴 커녕 고통과 외로움이 더 크다는 것을,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 거야.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그 낯선 느낌은 허탈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하지. 네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동안엔 주변 사람들은 네가 아기와 함께 있으니 외롭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자기 볼일을 보러 떠나겠지만 막상 너는 이야기 상대가 필요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아직 눈을 맞추지도 못하는 아기와 무언가를 나누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니까. 하지만 네가 아기를 바라보는 눈빛, 너의 마음이 젖을 통해 아기에게로 전달된다는 것을 기억해줘. 아기는 다 알고 있다더라.
게다가 아기는 어찌나 젖을 자주 먹는지. 조금 먹고 잠들어서 눕혀 놓으면 조금 자다가 일어나 다시 젖을 찾고... 그렇게 하루 종일이라고 생각해봐. 평생 단 한번도 며칠동안 계속 잠이란 것을 2-30분 단위로 자다 깨다 해 본적이 한번도 없는 너에게는 고문도 그런 가혹한 고문이 없을 거야. 누구나 가장 힘들어하고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지. 나도 그랬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시간은 저절로 조절 된단다. 아기가 너무 못 자는 것 같으면 아기가 깨기 전에 젖을 약간 짜내어 전유(앞에 나오는 묽은 젖)말고 후유(뒤에 나오는 진한 젖)를 먹여봐. 그래도 큰 차이는 없겠지만. 아마 잠을 못자는 것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 기분도 우울해지고 눈물도 뚝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그런 고통의 순간들이 네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너를 엄마라는 존재로 바꾸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한다. 기꺼이, 당연히, 감사하며 감수할만한 고통이지. 결국 그런 고통의 시간이 이후의 너의 엄마노릇을 더욱 수월하게 해 줄 테니.
한달만 견뎌. 그러면 전혀 다른, 훨씬 쉽고 즐거운 또 다른 한달이 온다. 두 달이 지나면 고통은 거의 없어지고 즐거움만이 가득하게 될 거야. 물론 고민은 늘 있지. 망설임도 있고 의문도 있고. 그러나 그렇게 고민과 안달과 호기심이 있는 시간-그것이 첫 아이를 키우는 시간만이 주는 선물이란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한 가지는 그 시간동안 아기의 아빠에게 역할을 충분히, 많이 주라는 거야. 내가 두 아이를 통해 경험한 바로는, 그 시간동안 아기와 많이 접촉한 사람을 아기는 나중에 분명히 알아보는 것 같아. 설혹 나중에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아기는 첫 나날동안 자주 만났던 사람들에게 친밀함을 표현하더라구. 그러니 아무리 바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일이 아기보다 중요한 일이 아니면-그런 일이 얼마나 있을까- 일단 미뤄두고 될 수 있는 대로 너와 아기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야. 젖먹이고 재우는 일은 네가 해야 할 일이지만, 목욕시키고 기저귀 가는 일은 일부러라도 아기 아빠가 꼭 하도록 해봐. 그런 시간은 분명 아기아빠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테니.
잔소리만 많은 친구지? 사람은 누구나 제 몫의 삶을 사는 건데... 내가 너무 오지랖이 넓다 싶구나. 네가 간절히 바라는 것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었어. 엄마가 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나누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께. 화이팅!
너를 사랑하는 친구, 보림이가.
이 글은 오늘 최근 아기를 낳은 제 친구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혹시 도움이 되실 분이 있을까하여 이렇게 공개합니다.
# by | 2008/07/28 03:56 | 아이키우기 | 트랙백 | 덧글(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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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젊은 남자이지만(...)
이런글은 꼭 가슴속에 담아두고 싶네요 ^^
곁들일거예요. 전. 아이가 아플뻔 해서 검사하러 다니고, 스트레스 받고 해서 밤에 막 울다가
백일째 젖이 끊어졌거든요. 엄마 되기란. 쉽지가 않은데, 둘이나 키우셨다니 대단하세요.
전 아들 하나로도 요즘 뻗어서 산답니다. ㅠㅠ
하나보다 둘이 반드시 더 힘든 것 만은 아니랍니다.^^
진짜 포스팅도 답글조차 어디 잘 안남기고 다니는 잠수쟁이가 궁금한 점이 있어서 답글 남겨봅니다..^^;
지난주엔가...한 일본인이 적어서 한국번역 출간된 "애무 : 만지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란 책을 보니 말씀대로 역시 아기들에겐 태어나서 24시간 이내는 반드시 부모와 접촉해야 하는 시간 같아요.
여기서 궁금한게..
요새 한국 산부인과들은 애기 낳으면 안게 해주나요? 제가 남자이긴 한데 안게 해주나요?
저 책에서는 어머니 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막 태어난 아이를 반드시 안아봐야 변화가 생긴다고 하더군요.
낳자마자 바로 신생아실로 넣어서 유리실 너머로 관람만 시키지 않는지요...
왜냐면 전 태어날때 미숙아로 태어나서 제왕절개로 꺼내서 바로 인큐베이터에 넣어졌다고 그러거든요.
요즘엔 아기 낳으면 바로 엄마 젖을 물려주고 (아직 젖이 안 나와도 태어나자마자 엄마 젖을 물어보면 아기가 나중에라도 쉽게 엄마젖을 쉽게 빤다고 하더라구요) 아빠가 탯줄을 자릅니다.
그리고 아빠가 신생아실까지 아이를 실은 카트를 밀고 갔었지요.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2년 전에, 제가 아이낳은 병원에서는 그랬었네요.
모유수유도 공포보다는 기대가 더 많아요. 고단하고 처음엔 단련되느라 아프고 그러겠지만 내품에 있을 아이 생각에 다 견딜수 있을것 같네요.
계속, 끈질기게 물리다보면, 어느 순간 젖량이 늡니다. 그래, 안되면 분유 먹이지...하면서 느긋하게 맘 먹고 계속 물렸더니 정말 저에게도 완모의 순간이 오네요.
근데 말이죠, 유축하시는 분들이 젖 안나온다고 하시는데요,
완전 모유 수유만으로도 울 아가 100일때 8킬로에 육박했는데, 그런 제가 유축하면 한번에 60 정도 나왔습니다. -_-; 100도 안나온다는 거죠.
원래 유축하면 안나온다는 거,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유축량으로 젖량 가늠하면서 절망하면, 그 스트레스로 젖이 더 줄게 되더라구요.
맘 편하게 먹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보자...하면서 젖 물리면, 어느 순간 완모의 기쁨을 누리실 수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