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28일
나의 육아요령 몇 가지
사람이 요령이 있느냐 없느냐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판단되기 마련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니 누구도 어떤 사람을 절대적으로 요령이 많은 사람이라던가, 혹은 요령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란 아니 부부란, 늘 붙어서 살다보면 서로의 비슷한 점보다는 다른 점이 서로의 눈에 쉽게 띄기 마련인지라 늘 상대와 비교하여 판단을 하곤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부부 중에서 늘 요령을 피우는 편은 언제나 나였다. 그건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일을 요령껏-승환이 보기엔 언제나 “대충, 혹은 대강”이지만-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무슨 일을 하든지 시작하기에 앞서 잔머리를 굴리는 습관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뭐든 철저하게 끈기를 가지고, 하기 싫은 일이라 해도 끝까지 책임감 있게 해내는 승환에 비하면, 나는 언제나 무슨 일이든 좀 더 쉽게, 간편하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부터 고민하는 편이다. 문제에 대해서 정면승부를 하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을까 요령을 피우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요령이 결코 나쁘다고만 보진 않는다. 게다가 육아에 있어서 요령은 분명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이제 겨우 애 둘 키워본 내가 육아에 대한 요령이 얼마나 있을까마는, 그래도 내가 아는 한도에서 다른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내 요령들을 소개할까한다.

첫째. 아이가 너무 배가 고파하기 전에 먹이고, 너무 졸려 하기 전에 재우는 것이다. 약간의 허기와 약간의 졸음은 괜찮다. 그러나 애가 짜증을 낼 정도로 배고프게 하거나, 졸리게 하는 것은 일을 몇 배로 힘들게 하는 지름길이다. 배고픈 아이는 엄마까지 짜증이 나도록 매달리며, 졸린 데도 잠들 시점을 놓친 아이는(갓난아기일수록 더 그렇다) 짜증이 폭발하여 울어 재치기만하고 쉽게 잠이 들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가까운 데로 외출을 하더라도 꼭 먹을 것과 물을 싸가지고 다닌다. 애들은 바깥으로 나가 활동량이 많아지면 쉬 배고픔을 느낀다. 그렇게 아이가 배고픔을 느끼는 때에, 밖에서 혹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이에게 무언가를 먹이는 일은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일을 훨씬 수월하게 만든다. 나는 애가 졸려하면 점심 밥상 앞에서도 그냥 재운다. (낮잠을 안 잤는데 저녁 6시반부터 잠을 자려고 하면 조금 나중에 재우려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 밥 먹을 때 아이도 같이 먹었으면 하는 것은 돌보는 사람이 편하고자 하는 마음일 뿐이다. 아이는 제 신체리듬대로 졸리우면 자고, 배고프면 먹어야 건강하고 편안하다. 아이가 편안해야 엄마도 돌보기 편한 것이다.
둘째. 이것은 두 아이를 키울 때의 요령인데, 아직 둘째가 말을 못할 때, 첫째와 둘째가 마찰이 생길 경우 둘째를 대신하여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엄마가, "형! 나 이 자동차 잠깐만 빌려줄래? 좀 있다 돌려줄께."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인형을 대신하여 이야기한다고 해서 “엄마! 무슨 인형이 말을 해?”라고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동생을 대신하여 이야기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불편했던 첫째의 심기도 편안해지고, 둘 사이의 관계도 부드러워진다. 첫째도 장난감을 막무가내로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둘째가 말로 부탁하면 가끔 제 장난감을 스스로 빌려주게도 되는 것이다.
셋째. 아이들이 싫어하는 무언가를 해야 할 때-옷입기, 이닦기 혹은 손톱깎기등-는 덜 하기 싫어하는 애부터 시킨다. 그러고 나면 나머지 아이는 샘이 나서 순순히 할 때가 많다. 단 이때는 미리 말을 많이 해서 애들의 반발을 강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냥 가볍게, “손톱을 깎아야겠다. 너무 길었어. 오늘 친구들을 만나려면 손톱을 깎아야 함께 놀기 좋거든.” 정도로만 말하고 덜 하기 싫어하는 애부터 시키는 것이다. 혹은 엄마인 내가 먼저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엄마의 행동을 따라하는 것을 무척 좋아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아이가 강하게 반발하면 나는 일부러 시키지 않는다. 기회는 나중에라도 또 오며, 반드시 그 순간이어야 할 일은 사실 별로 없다.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반발심만 키우기 때문에 나중에 같은 일을 하기 더 힘들어진다.
넷째. 도저히 감당 못할 장난은 애초에 차단한다. 나는 애들에게 뭐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해주는 편이다. 엄마가 처음엔 한심해하셨을 정도였다. 뭐든 다 하게 해주니 정말로 다 하려고 든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 애들은 고집이 센 편이다. 사실 난 아이들은 다 그럴 거라고 믿고 있지만) 그러나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결과-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다 집어던지고 싶은 심정이 될 정도-를 가져올 장난은 애초에 차단한다. 그럴만한 재료, 도구를 아예 애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치워두는 것이다. 그럼 엄마인 나의 살림부담은 훨씬 가벼워진다. 대신 대체할만한 놀이로 욕구는 충족되도록 해준다. 부엌에서 물장난은 안 되지만, 욕실에서는 실컷 하게 해준다던가, 쌀 가지고 장난치는 건 안 되지만 흙장난은 맘껏 하게 해주는 것이다. 난 이걸 방어운전이 아닌 방어육아라 부른다.-_-;
다섯째. 아이에게 일정을 미리 이야기해준다던가, 선택권을 준다. 사실 애들에게 일일이 말하는 것을 잊고 애들을 어딘가로 데려갔다가 데려오는 일이 많다. 어른이야 미리 다 알고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지만, 애들이야 어디 그런가. 아이들 입장에선 엄마가 갑자기 “가자!”하면 가야하고 “이제 집에 가자!”하면 또 집에 가야하는 상황이 편안할리 없다. 하지만 미리 약속이 있다고 알려준다던가, 집에 갈 시간이 얼마 남았다 등을 미리 이야기해주고 아이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면 아이는 훨씬 부드럽게 엄마의 뜻을 따른다. 간혹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가, “안 갈래. 난 기차 더 볼 거야!”라고 지하철 승강장에서 요지부동이면, “기차 몇 번 볼 건데?” 하고 물으면 된다. 아이는 스스로 말한 횟수를 크지 않은 오차범위 내에서 지킨다. 부드럽게 살기 위해서, 그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지 않은가? 사실 나도 추운 지하철 승강장에서 25분까지 버텨야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아이를 울려 가며 끌고 가면서 싸우는 일보단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써 놓고 보니 참 별일 아니다. 아마 많은 엄마들이 이미 알고 있을 내용이다. 그러나 가끔은 남이 기저귀 접는 법을 곁눈질 하는 것마저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사소한,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말이다.
# by | 2009/01/28 02:36 | 아이키우기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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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엄마가 저를 일찍 낳으셔서 사촌들 외사촌들 많이 돌봤었지만,
제 아이는 참 힘들고도 가슴 벅찬 존재예요.
링크 추가합니다.
애들 먹이는 게 거의 제 본업이지요, 뭐. 억지로 최선을 다한다기 보다는, 일종의 제 취미생활이어요.^^
좋은글 또..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