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2월 02일
아이를 먹이는 일
나의 하루는 아이들을 먹이는 일로 채워진다. 일어나자 마자 아침 챙겨서 먹이고 치우고, 조금 있다가 점심 차리고 먹이고 치우고, 빨래 널거나 잠깐 쉬었다가 간식 만들어 주고, 또 저녁 반찬 만들어서 차리고 먹이고 치우면 하루가 다 간다.
나는 아이를 먹이는 일에 있어 몇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아이가 먹여달라고 하면 먹여주되, 내가 밥숟가락을 들고 애를 쫒아다니진 않는다는 것. 둘째는 아이가 먹고 싶어할 때까지만 먹게 한다는 것. 즉 절대로 억지로 먹게 하진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배가 아주 고플때만 상에 붙어 있지, 조금만 배가 부르면 놀러 가버린다. 그러면 한명 한명 불러가며 밥숟가락 입에 넣어주며 먹이는 일이 내가 하는 주요 임무다. 아이들은 먹는 일을 어른처럼 '한자리에 앉아서 해야하는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눈 뜨자마자 놀이감부터 찾으며 놀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이다. 허기만 메워지면 노는 일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요령껏 레스토랑 놀이나 우주선 놀이로 아이를 먹인다.
나: "손님. 나물밥 주문하셨나요? 나물밥 나왔습니다."
준수: "저는 김밥을 먹고 싶은데요."
나: "손님. 김밥은 예약해드릴께요. 지금은 이 밥 드시고, 나중에 오세요."
준수: "네, 알았습니다~."
혹은,
나: "준하별! 준하별! 착륙준비 바랍니다. 지금 우주선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준하가 입을 벌리고 숟가락 우주선이 입안으로 들어간다)
"준수별! 준수별! 착륙준비 바랍니다. 앗 기체가 불안정하군요. 얼른 착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준수: "기체가 불안정한게 뭐야?"
나: "우주선이 많이 흔들린다는 얘기야. 고만 먹을 거야?"
준수: "아냐 더 먹을래. 아~!"
늘 놀이를 하는 건 아니다. 먹으러 엄마에게 달려오기 시합을 하기도 하고, 또 국수나 떡국 같은 음식은 제법 오래 앉아서 스스로 먹기도 한다. 아이들은 아주 천천히 먹는다. 천천히 먹으면서 오래 먹어서 많이 먹는다. 어떤 때는 먹이는 데만도 한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_-;
먹여주는 일이 좋지 않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혼자 앉아서 스스로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먹도록 가르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직은 무언가 "억지로 해야만 하는 일"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지 않다. 놀이에 열중해 있는 아이들을 억지로 붙잡아 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지금 놀이에 언제라도 풍덩 빠져든다. 그것은 그림을 그려도 그림을 그리는 아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림 그 자체가 됨을 의미한다. 책을 비스듬하게 놓는 일, 블록을 쌓는 사소해보이는 일에도 온 정신이 온전하게 하나로 모아져서 그 행동을 하는 아이 자신의 존재 조차 잊는 것이다. 인생에서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게다가 그런 시간들에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열쇠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일부러 식사시간에 집중하여 먹이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하루 종일 놀면서 조금씩 먹을 것이다. 그건 차리고 치우는 사람이 너무 힘들어서 못할 일이다. 그래서 끼니때 집중하여 먹인다. 근데 그건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아이들은 배가 부르면 잘 놀기 때문이다. 배가 고플땐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짜증을 내거나 뭘 하냐고 비집고 들던 녀석들이 배가 부르면 어느새 내 곁에서 저만치 멀리 떨어져서 놀고 있다.
하여 나는 하루 중 아이들 저녁을 다 먹이고 난 순간을 가장 사랑한다. 이제 치우기만 하면 된다는 안도감. 하루의 일을 대부분 잘 끝냈다는 성취감으로 뿌듯해진다. 이제 재우기만 하면 나도 쉬면서 하고 싶은 일을 맘껏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 몫한다. 내가 아무리 아이들을 예뻐한다해도 나도 내 시간도 갖고 싶고, 좀 쉬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저번엔 저녁을 자알 먹은 아이들이 번갈아서, 거의 동시에 똥을 눈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약간 허탈해졌었다. 쌓아올린 탑이 무너진 느낌이랄까. 채워넣은 독에서 물이 빠진 느낌이랄까.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일이란 이런 일일 것이다. 흔적이 남지 않는 일상을 쌓아가는 일. 썼다 지우는 모래사장의 파도처럼. 보이진 않지만, 무언가는 남아 있을 것이다. 그 무언가가 아이들을 자라게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를 먹이는 일에 있어 몇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아이가 먹여달라고 하면 먹여주되, 내가 밥숟가락을 들고 애를 쫒아다니진 않는다는 것. 둘째는 아이가 먹고 싶어할 때까지만 먹게 한다는 것. 즉 절대로 억지로 먹게 하진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배가 아주 고플때만 상에 붙어 있지, 조금만 배가 부르면 놀러 가버린다. 그러면 한명 한명 불러가며 밥숟가락 입에 넣어주며 먹이는 일이 내가 하는 주요 임무다. 아이들은 먹는 일을 어른처럼 '한자리에 앉아서 해야하는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눈 뜨자마자 놀이감부터 찾으며 놀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이다. 허기만 메워지면 노는 일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요령껏 레스토랑 놀이나 우주선 놀이로 아이를 먹인다.
나: "손님. 나물밥 주문하셨나요? 나물밥 나왔습니다."
준수: "저는 김밥을 먹고 싶은데요."
나: "손님. 김밥은 예약해드릴께요. 지금은 이 밥 드시고, 나중에 오세요."
준수: "네, 알았습니다~."
혹은,
나: "준하별! 준하별! 착륙준비 바랍니다. 지금 우주선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준하가 입을 벌리고 숟가락 우주선이 입안으로 들어간다)
"준수별! 준수별! 착륙준비 바랍니다. 앗 기체가 불안정하군요. 얼른 착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준수: "기체가 불안정한게 뭐야?"
나: "우주선이 많이 흔들린다는 얘기야. 고만 먹을 거야?"
준수: "아냐 더 먹을래. 아~!"
늘 놀이를 하는 건 아니다. 먹으러 엄마에게 달려오기 시합을 하기도 하고, 또 국수나 떡국 같은 음식은 제법 오래 앉아서 스스로 먹기도 한다. 아이들은 아주 천천히 먹는다. 천천히 먹으면서 오래 먹어서 많이 먹는다. 어떤 때는 먹이는 데만도 한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_-;
먹여주는 일이 좋지 않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혼자 앉아서 스스로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먹도록 가르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직은 무언가 "억지로 해야만 하는 일"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지 않다. 놀이에 열중해 있는 아이들을 억지로 붙잡아 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지금 놀이에 언제라도 풍덩 빠져든다. 그것은 그림을 그려도 그림을 그리는 아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림 그 자체가 됨을 의미한다. 책을 비스듬하게 놓는 일, 블록을 쌓는 사소해보이는 일에도 온 정신이 온전하게 하나로 모아져서 그 행동을 하는 아이 자신의 존재 조차 잊는 것이다. 인생에서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게다가 그런 시간들에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열쇠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일부러 식사시간에 집중하여 먹이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하루 종일 놀면서 조금씩 먹을 것이다. 그건 차리고 치우는 사람이 너무 힘들어서 못할 일이다. 그래서 끼니때 집중하여 먹인다. 근데 그건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아이들은 배가 부르면 잘 놀기 때문이다. 배가 고플땐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짜증을 내거나 뭘 하냐고 비집고 들던 녀석들이 배가 부르면 어느새 내 곁에서 저만치 멀리 떨어져서 놀고 있다.
하여 나는 하루 중 아이들 저녁을 다 먹이고 난 순간을 가장 사랑한다. 이제 치우기만 하면 된다는 안도감. 하루의 일을 대부분 잘 끝냈다는 성취감으로 뿌듯해진다. 이제 재우기만 하면 나도 쉬면서 하고 싶은 일을 맘껏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 몫한다. 내가 아무리 아이들을 예뻐한다해도 나도 내 시간도 갖고 싶고, 좀 쉬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저번엔 저녁을 자알 먹은 아이들이 번갈아서, 거의 동시에 똥을 눈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약간 허탈해졌었다. 쌓아올린 탑이 무너진 느낌이랄까. 채워넣은 독에서 물이 빠진 느낌이랄까.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일이란 이런 일일 것이다. 흔적이 남지 않는 일상을 쌓아가는 일. 썼다 지우는 모래사장의 파도처럼. 보이진 않지만, 무언가는 남아 있을 것이다. 그 무언가가 아이들을 자라게 하고 있을 것이다.

# by | 2009/02/02 01:34 | 아이키우기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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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이런 날들도 다 지나가겠지요.^^
저는 급한 성격탓에 얼른 먹이려고 허둥거리는데,
조금 천천히 즐길 수 있도록 해봐야겠어요.
봄에 꼭 와요.^^
남자애들이지만 소꿉놀이를 좋아해요.
부러운 글입니다
아이를 먹이는 일에 대해서는 요즘 조금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요. 전보다 불성실해진것 같아서요. 몹시 아프고 나서는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아서 조금만 무얼 해도 힘 들다는 느낌이 들고, 전보다 쉽게 지치고 그러네요. 왜일까요. 기운차게 움직이고 이것저것 만들어 먹이고 해야 하는데, 보림씨 글 읽다보면 내 아이들에게 미안해져요. 정말 대단해요, 보림씨..
어머, 저도 한동안은 열심히 이것 저것 만들다가 또 한동안은 게으르게 손놓고 지낸답니다. 글쓰는 거 보면 아마도 짐작이 가실텐데요. -_-;
www.playkorea.net 놀이네트
아이들에게 놀이는 또다른 생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