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09일
수술
나는 수술을 받아 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척추에 새끼손가락 길이의 나사못 네 개를 박아서 팔뚝 길이의 철심을 고정시키는 네 시간 반짜리 대수술이었다.
그저께 나의 어린 아들 준하도 수술을 받았다. 26개월, 탈장이 일어나는 부위의 주머니 입구를 묶고, 고환에 생긴 수종을 제거하는 삼십분짜리 간단한 수술이었다.
수술. 이 말만큼 남의 일 일 때의 느낌과 내 일 일 때의 느낌이 다른 단어가 있을까. 죽음이라던가, 이별이라던가 하는 일들은 겪지 않아도 그 섬찟함을, 그 무거움을, 그 아픔을 자주 상상하게 되지만 수술은 그런 상상을 잘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일까? 수술이라는 과정이 가진 교정과 치료라는 이미지는 고통과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누가 수술을 받았다하면, 결과에 주목할 뿐이지 그 고통에 더 주목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대상이 나, 혹은 내 아이가 되는 순간, 수술은 어떤 효과를 가져 올 것인지 보다는 수술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기 마련이다.
내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며칠 뒤 학교 복도에서 친구와 이야기 하며 처음으로 울었었다. 두려웠다. 너무나 두려웠다. 내가 받을 수술이라는 말이 벌써 내 살을 찢고 마취라는 미지와 고통의 세계로 나를 데려가는 것 같았다.
내 아이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난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며칠 동안을, 거의 한 달 동안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망설였다. 지금 내가 하는 판단이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상담을 받고, 책을 읽으면서도 쉽게 자신이 서질 않았다.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그렇게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그렇게 위험한 수술을 받기로 금방 결정할 수 있었을까. 아니,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내가 그런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얼마나 걱정하고 안쓰러우셨을까.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
바보 같은 딸은 이제야 그 마음이 조금 헤아려진다. 내 아이가 아주 작은 수술을 받을지를 결정하는 일을 하면서. 두려움에 떨며 자지러지게 울다가 마취가스를 마시고 늘어진 내 아이를 눕혀놓고 돌아 나오면서.
준하가 받은 건 아주 간단한 수술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도 내 아기가 전신마취를 당해서 엄마인 나의 눈이 가 닿지 못하는 수술실에 들어가는 일은, 엄마로서는 아무리 아무리 노력해도 간단하게 생각되는 일이 아니었다.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준하를 내려놓고 나오면서 또 눈물이 나왔다.
내가 세상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도 모르면서 산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부모님의 마음을 내려 않게 했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술 받는 자식을 바라보아야 하는 쓰라린 가슴앓이를 하며 사는지. 지금 이 시간 자식을 위해 병원에 있을 모든 부모들에게 진한 위로를 보내고 싶다.

# by | 2009/05/09 02:02 | 건강하게 살아가기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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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딱 맞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수술을 받는 당사자가 되었을 땐, 수술로 병을 치료받을 수 있다는 걸 아무리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말 두렵고, 망설여지는 느낌. 저도 지난 2월에 나름 큰 수술을 받으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더랬죠.
그래면서도 내 아이가 아니라, 내가 이런 수술을 받아야하는 건 정말 다행이구나, 라는 생각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았답니다...
님은 어떤 수술을 받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잘 회복되셨지요? 그러셨기를 바랍니다.
어린 조카가 꽤 오랜시간동안 병원생활을 했어서...몇번 문병을 갔는데, 병원에 있는 많은 아이들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어요. 이렇게 작은 아이에게 칼을 댈데가 어디에 있다고 몇번씩이나 수술을 하나..라는 생각도 했구요.
준하도 얼른 회복되길 바래요...
저는 보리 설사와 수족구 가지고도 힘들다고 징징거린게 부끄러워집니다.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하지요.
많이 힘드셨겠지만 이번 기회가 보림씨에게도 큰 공부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봄은 갔지만 시원한 여름이 오잖아요.
언제 시간봐서 오세요. 미리 알려만 주심 되요.
요즘 시아버지가 자주 와계시고, 우퍼들이 간혹 오거든요.
영인이랑 영미씨, 인석씨 모두 다시 만나고 싶네요. 연락드리고 갈께요.
솔이도 오래전에 탈장 검사 받았었습니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져서 다행이다.. 하고 있었는데.. 준하는 수술을 했군요.
검사 받으면서도 많이 떨고 걱정하고 했는데..
수술받을땐 어쩔까 싶으네요.
얼마전에 대학병원 갔다 오면서 참.. 아픈사람 많구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만 자라주는 걸로다 감사해야지. 했습니다.
요즘 자꾸 욕심이 생기고 있었거든요.
준하 수술소식 들으니. 별 탈없이..(중이염은 오래 가지만서도..) 지내는 솔이에게 고맙네요.
준하.. 이제 좀더 건강해 졌으니 더 즐겁게 지내겠죠 ^^
건강하세요~
참, 병원 안가고 아이 건강하게 기르는 법.. 나온 책 혹시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감기로 병원가는거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잘 지내시지요?
정말 힘드셨곘어요. 저도 아이들이 아프면 어찌나 맘이 아픈지.
힘내세요.
수술 아니라, 처음으로 아이 몸에 링겔 꽂는 일로도 한나절을 울었는데 어린 아이 혼자 수술실에 놓고 돌아나오는 마음이란.. 겪어보지 않으면 짐작도 못하겠네요. 수술 잘 끝났다니 정말 감사하네요.
회복 잘 될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