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나는 수술을 받아 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척추에 새끼손가락 길이의 나사못 네 개를 박아서 팔뚝 길이의 철심을 고정시키는 네 시간 반짜리 대수술이었다.

그저께 나의 어린 아들 준하도 수술을 받았다. 26개월, 탈장이 일어나는 부위의 주머니 입구를 묶고, 고환에 생긴 수종을 제거하는 삼십분짜리 간단한 수술이었다.

수술. 이 말만큼 남의 일 일 때의 느낌과 내 일 일 때의 느낌이 다른 단어가 있을까. 죽음이라던가, 이별이라던가 하는 일들은 겪지 않아도 그 섬찟함을, 그 무거움을, 그 아픔을 자주 상상하게 되지만 수술은 그런 상상을 잘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일까? 수술이라는 과정이 가진 교정과 치료라는 이미지는 고통과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누가 수술을 받았다하면, 결과에 주목할 뿐이지 그 고통에 더 주목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대상이 나, 혹은 내 아이가 되는 순간, 수술은 어떤 효과를 가져 올 것인지 보다는 수술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기 마련이다.

내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며칠 뒤 학교 복도에서 친구와 이야기 하며 처음으로 울었었다. 두려웠다. 너무나 두려웠다. 내가 받을 수술이라는 말이 벌써 내 살을 찢고 마취라는 미지와 고통의 세계로 나를 데려가는 것 같았다.

내 아이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난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며칠 동안을, 거의 한 달 동안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망설였다. 지금 내가 하는 판단이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상담을 받고, 책을 읽으면서도 쉽게 자신이 서질 않았다.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그렇게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그렇게 위험한 수술을 받기로 금방 결정할 수 있었을까. 아니,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내가 그런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얼마나 걱정하고 안쓰러우셨을까.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

바보 같은 딸은 이제야 그 마음이 조금 헤아려진다. 내 아이가 아주 작은 수술을 받을지를 결정하는 일을 하면서. 두려움에 떨며 자지러지게 울다가 마취가스를 마시고 늘어진 내 아이를 눕혀놓고 돌아 나오면서.

준하가 받은 건 아주 간단한 수술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도 내 아기가 전신마취를 당해서 엄마인 나의 눈이 가 닿지 못하는 수술실에 들어가는 일은, 엄마로서는 아무리 아무리 노력해도 간단하게 생각되는 일이 아니었다.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준하를 내려놓고 나오면서 또 눈물이 나왔다.

내가 세상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도 모르면서 산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부모님의 마음을 내려 않게 했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술 받는 자식을 바라보아야 하는 쓰라린 가슴앓이를 하며 사는지. 지금 이 시간 자식을 위해 병원에 있을 모든 부모들에게 진한 위로를 보내고 싶다.

by bobab | 2009/05/09 02:02 | 건강하게 살아가기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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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忙中閑 at 2009/05/09 03:55
준하, 수술은 잘 되었죠? 빨리 완전히 회복되길 바랄게요...
정말 딱 맞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수술을 받는 당사자가 되었을 땐, 수술로 병을 치료받을 수 있다는 걸 아무리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말 두렵고, 망설여지는 느낌. 저도 지난 2월에 나름 큰 수술을 받으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더랬죠.
그래면서도 내 아이가 아니라, 내가 이런 수술을 받아야하는 건 정말 다행이구나, 라는 생각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았답니다...
Commented by bobab at 2009/05/10 22:11
준하는 어려서 그런지 회복이 무척 빨라요. 물론 상처를 보면 아직도 무서워하면서 많이 울지만...

님은 어떤 수술을 받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잘 회복되셨지요? 그러셨기를 바랍니다.
Commented at 2009/05/09 07: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obab at 2009/05/10 22:12
네...저도 그런 부분이 조심스럽지만, 제가 앞으로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해주면 될 거라 생각하고 있지요.
Commented by 콩콩 at 2009/05/09 09:31
오랫만에 올라온 포스팅이라 반가워서 냉큼 달려왔는데...그동안 고민을 정말 많이 하셨겠구나 싶네요.

어린 조카가 꽤 오랜시간동안 병원생활을 했어서...몇번 문병을 갔는데, 병원에 있는 많은 아이들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어요. 이렇게 작은 아이에게 칼을 댈데가 어디에 있다고 몇번씩이나 수술을 하나..라는 생각도 했구요.

준하도 얼른 회복되길 바래요...
Commented by bobab at 2009/05/10 22:14
고맙습니다. 오랜 병원생활하는 아기들에 비하면 준하가 겪은 일은 너무 경미한 거죠... 아픈 아기들, 그 엄마들. 모두, 얼른 건강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흐뭇 at 2009/05/09 10:33
안그래도 한동안 글이 안올라오길래 궁금했는데, 그 사이에 안타까운 일이 있었군요.
저는 보리 설사와 수족구 가지고도 힘들다고 징징거린게 부끄러워집니다.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하지요.
많이 힘드셨겠지만 이번 기회가 보림씨에게도 큰 공부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봄은 갔지만 시원한 여름이 오잖아요.
언제 시간봐서 오세요. 미리 알려만 주심 되요.
요즘 시아버지가 자주 와계시고, 우퍼들이 간혹 오거든요.
Commented by bobab at 2009/05/10 22:15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다...정말 좋은 말씀이네요. 공부로 삼고 감사히 생각해야지요.

영인이랑 영미씨, 인석씨 모두 다시 만나고 싶네요. 연락드리고 갈께요.
Commented by 엘리 at 2009/05/13 14:38
준하..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지요?
솔이도 오래전에 탈장 검사 받았었습니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져서 다행이다.. 하고 있었는데.. 준하는 수술을 했군요.
검사 받으면서도 많이 떨고 걱정하고 했는데..
수술받을땐 어쩔까 싶으네요.

얼마전에 대학병원 갔다 오면서 참.. 아픈사람 많구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만 자라주는 걸로다 감사해야지. 했습니다.
요즘 자꾸 욕심이 생기고 있었거든요.
준하 수술소식 들으니. 별 탈없이..(중이염은 오래 가지만서도..) 지내는 솔이에게 고맙네요.


준하.. 이제 좀더 건강해 졌으니 더 즐겁게 지내겠죠 ^^
건강하세요~

참, 병원 안가고 아이 건강하게 기르는 법.. 나온 책 혹시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감기로 병원가는거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Commented by bobab at 2009/05/26 02:17
고맙습니다. 책이름은, "병원에 의지하지 않고 건강한 아이 키우기"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Commented at 2009/05/17 21: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obab at 2009/05/26 02:18
진단은 다시 받아 보셨는지요... 지나고 나면 다 겪고 이겨낼 수 있는 일이랍니다. 힘내세요
Commented by nadia at 2009/05/20 09:31
정말 오랜만의 글 이네요. 준하가 얼른 건강해 지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bobab at 2009/05/26 02:18
고맙습니다. 만두도 잘 크고 있겠지요?
Commented by marge at 2009/05/27 20:29
준하가 많이 좋아졌길 바래요.
정말 힘드셨곘어요. 저도 아이들이 아프면 어찌나 맘이 아픈지.
힘내세요.
Commented by bobab at 2009/07/20 01:31
고맙습니다. 답글이 너무 늦었네요. 아이는 잘 놀고 있답니다.
Commented by 평온 at 2009/06/03 08:43
그렇지않아도 준하 수술문제가 궁굼했었는데, 벌써 마쳤군요. 많이 힘드셨지요.
수술 아니라, 처음으로 아이 몸에 링겔 꽂는 일로도 한나절을 울었는데 어린 아이 혼자 수술실에 놓고 돌아나오는 마음이란.. 겪어보지 않으면 짐작도 못하겠네요. 수술 잘 끝났다니 정말 감사하네요.
회복 잘 될꺼예요.
Commented by bobab at 2009/07/20 01:31
네. 회복 잘 되었어요. 감사한 일이지요.
Commented by 정주 at 2009/06/06 21:49
그동안 이글루스 아이디가 없어 눈으로만 읽다가 준하 수술 소식 듣고 깜짝 놀라 가입도 했습니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준하 같은 아이들은 웬만한 상처쯤 거뜬히 이겨낼 겁니다. 준하 뿐 아니라 간병하시는 보밥님 건강도 잘 챙기시길 바래요..
Commented by bobab at 2009/07/20 01:32
이렇게 인사해 주시려고 가입까지 하시다니...정말 고맙습니다. 아이도 저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Commented at 2009/07/03 09:55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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