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젖먹이, 준하

집 밖에서 준하가 젖을 먹고 있으면, 멀찍이 있던 아주머니들까지도 갑자기 가까이 다가와 준하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묻는다. “어머머! 너 몇 살인데 아직도 젖 먹니?”

준하 나이 이제 28개월. 한국나이로는 세 살이지만 아직 엄마 배 밖으로 나온 지 겨우 2년을 조금 넘겼을 뿐인 어린 아기이다. 아직까지 잠시라도 엄마가 안보이면 “엄마! 어디 있어?”하면서 찾으러 다니고, 잠결에도 엄마가 곁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울면서 엄마를 부르는 아기. 그런 아기가 엄마 젖을 먹는 모습이 왜 그렇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걸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젖이란 말 못하는 갓난아기가 먹는 것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리라. 밥을 먹을 수 있는데, 뭣 때문에 젖을 먹인단 말인가.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영양가도 없다는데...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젖이 영양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나로서는 이젠 그만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가진 경험이 비록 두 아이를 두 돌 남짓 젖 먹여 키운 짧은 것일 뿐이지만, 엄마 젖의 가장 중요한 역할과 의미는 절대로 영양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준하는 젖 먹는 일을 얼마나 즐기는지 모른다. 준하가 즐겁게 젖을 먹는 모습을 보신 친정엄마는, “애가 이렇게 좋아하는 걸 (모르고), 그렇게 짧게 먹였으니.”하고 당신이 우리남매에게 6개월 남짓 동안만 모유수유를 하셨던 것을 살짝 후회하신다. 그나마 우리 남매 어릴적엔 모유수유율이 지금보다도 훨씬 낮았기에 그나마 우리가 모유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일텐데도.

준하가 젖 먹는 일이 자기에게 어떤 일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표현한 적이 있었다. 함께 읽던 동화책에 곰돌이가 발을 다쳐 우는 장면이 나왔는데, 내가 “곰돌이가 발을 다쳐서 아픈가보다. 아파서 속상한가 보다.”했더니, “엄마 쩌쭈 먹으면 되는데.”라고 말했다. 준하에게 엄마 젖은 아파서 속상한 마음을 달랠 수 있게 하는 장치임을 표현한 것이다.

지금도 준하는 형인 준수에게 맞거나 장난감을 빼앗겨서 속상할 때, 졸릴 때, 심심할 때 수시로 엄마 젖을 찾는다. 내가, “엄마 젖 지금 바쁜데.”라거나 “엄마 젖 지금 쉬고 있어.”라고 말하면, “그래도~”하면서 기어이 내 옷을 들춰서 젖을 먹는다. 이쪽 젖, 저쪽 젖 하면서 골고루, 신나게.

다 큰 젖먹이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이면서, 나는 뽀뽀도 하고, 사랑한다고 속삭이기도 하고, 엉덩이도 주무르고, 손이랑 발을 깨무는 시늉을 한다. 다 큰 젖먹이는 웃으며, 앙탈을 부리며, 몸부림을 치며, 나와 눈을 맞추며, 내 물음에 대답을 해가며 젖을 먹는다.

그러다가 나는 큰 아이 준수를 본다. 준수는 대게 혼자 책을 읽고 있거나 뭔가를 만드는 일에 몰두해 있다. 준하가 갓 태어난 첫 달을 제외하고는 내가 준하를 안는 일에 질투를 한 적이 없는 아이다. 지금 저렇게 나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지만, 동생이 태어나기 전엔 늘 내 품을 차지하고 있었던 아이다. 늘 준수를 안고 있던 내가, 준하가 태어난 이후로 준수를 하루에 몇 번이나 안아주었던가. 아무리 신경 써서 안아준다고는 해도, 기껏해야 하루에 한 두 번일 뿐이었다. 젖을 먹는 ‘일’ 없어지면,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안는 일은 더 이상 그저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시간. 그것은 엄마로서의 사랑을 아이에게 자주,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는 평생의 단 한번뿐인 소중한 시간이다. 그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다는 것을,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벌써 내 품을 조금 떠난 준수를 보며 깨닫는다. 옛말의 ‘품안의 자식’이라는 말이, 이렇게 품에 안고 젖먹일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by bobab | 2009/07/31 02:43 | 아이키우기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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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oja at 2009/07/31 09:16
저도 27개월 아들 젖을 물리고 있어요. 내 몸이 좀 힘들때 갈등한 적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는것을 뻇을 순 없더라구요. 해외에 나와 있어 옆에서 육아참견 같은거 없이 내 방식대로 키우고 있는데 친정엄마는 통화할때마다 젖끊으라고 난리예요. 전 건강한 편인데도 엄마눈에는 딸이 아이키우느라 예전과 달리 살이 빠지고 힘들어 보이는게 안되신 거죠. ^ ^ 오랜만에 보는 보밥님글 반갑습니다. 런던에서의 생활에도 기대되네요.
Commented by bobab at 2009/08/01 00:15
여러가지 상황이 있겠지만, 젖을 먹이는 일이 힘든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 젖이 아이 키우는 일을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 분명 있거든요. 또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나는게 엄마 맘이라...^^

저도 런던에서의 생활이 무척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暗雲姬 at 2009/07/31 09:38
우와, 쟤가 그 '아기' 준하라구요?
나는 준수인 줄 알았어요.
하긴 며칠 전에 본 준수는 이제 의젓한 도련님이었지만 그만 깜빡했네요.

평생에 한 번밖에 못 할 일들, 딱 그 때 아니면 못 할 일들은 최대한으로 늘여잡는 게 제일 좋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아이한테 기저귀 채우고 그거 빨아 말리고 개는 일은 그 아이 고만할 때 딱 그 때밖에 없는, 그래서 즐거움이자 한편으로 귀찮음조차 사실은 행복임을 깨닫는 게 사람한테는 참 중요해요.
준수는 물론 준하도 참 행복한 아기시절을 보내고 있군요.
Commented by bobab at 2009/08/01 00:17
정말 많이 컸지요?

준수는 제가 준하처럼 하루 종일 젖을 주지 못했던 것이 아직도 조금 미안하지요. 이렇게 젖을 찾는 아이를 두고 내가 회사에 다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준하를 키우면서.

준하가 언제까지 젖을 먹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지금이 좋은 때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nadia at 2009/07/31 11:54
우아 진짜 많이 컸어요 .........우리만두도 아직 젖을 먹어요. 15키로가 다되가는데 ;;
Commented by bobab at 2009/08/01 00:18
오...만두는 우량아군요. 여자아이로서는 상당한 체격이네요.^^
Commented at 2009/07/31 17: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obab at 2009/08/01 00:19
네 맞아요. 그러니 엄마들 자기의 본능과 직관을 좀 더 신뢰할 필요가 있지요. 아이의 본능도 그렇구요.

준하는 만지는 것만으로는 안되요. 반드시 입에 들어가야 하고, 한참을 먹은 다음에는 엄마가 옆에 있으면 되지요.
Commented by 옥토 at 2009/08/01 15:05
와~ 준하가 이렇게 컸네요. 당시의 관심있는 주제의 내용을 찾아 보림님의 지난 글도 읽고 있는데요(요즘은 이유식 ^^) 아기 준하모습이 익숙한데 멋진 아이가 됐어요! 아이들 자라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감사하네요. ^^ 저희 아기도 빨리 컸으면 좋겠다 생각하다가도 다시오지 않는 오늘 이 모습에 자라는 것이 아쉬운 요즘입니다.
저도 젖을 아이가 원할 때까지 먹이고 싶지만 둘째때문에 좀 걱정이었는데(둘째 생기면 못먹이게 된다니까요) 먹여도 된다는 반가운 정보('맘밀크' 사이트-제가 알고 있는 모유수유관련 사이트 중에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잘못된 정보를 주는 곳이 너무 많아 아쉬워요.)를 알고 너무 기뻐요. 내년 이맘 때쯤 둘째가 와줬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답니다. ^^ 그래서 다시 '아기맞이 1년 프로젝트' 실행됐습니다. ^^ (또 남편을 좀 들들 볶아야 할지도...ㅋㅋ)
요즘 저희 아기가 입을 하아~ 벌리고 젖을 향해 몸을 돌릴 때면 너무 행복해요. 또 젖꼭지를 그 작고 귀여운 손으로 만지작 거릴 때면 가슴이 벅차옵니다. ^^
보림님의 글을 대하면 '엄마라서 참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뿐 아니라 몸도 맘도 더 행복해지네요. 감사드려요. ^^
덧붙임 - 내년 가을 쯤 외국에 가게 되는데요 아직 나라는 정해지지 않았답니다.
Commented by bobab at 2009/08/02 02:38
오. 좋은 소식 기다릴께요. 사실 저도 셋째를 준비할 때가 됬는데.ㅋㅋ

제 글을 읽고 행복한 기분이 되신다니 기뻐요. 외국에 나가신다니...애기 낳는 일정이랑 어떻게 될라나요? 아기가 알아서 오겠지요? ^^
Commented by 인아 at 2009/08/01 22:57
아이가 돌 되면서부터 제 친정엄마도 아이에게 '이제 쭈쭈 그만 먹어야지'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한 번은 권장 수유 기간이 2년이라며 말씀드렸지요.

젖을 주는 시간은 저도 아이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언젠가는 그만둬야 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 서글퍼지기까지 하죠. 녀석이 통 이유식을 안먹어서 수유를 끊으면 좀 더 먹을려나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녀석이 좋아하는 음식을 자주 해주려고 하면서 병행하고 있어요.

저도 사진 보고 준수인줄 알았네요. 준하군, 벌써 소년이 되어버린 듯 해요. ^^;
Commented by bobab at 2009/08/02 02:41
준하한테도 이제 쭈쭈 그만먹어야하지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저는 그런 말 안했으면 하지요.

젖을 그만 먹으면 확실히 이유식이나 밥을 더 잘 먹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수유를 중단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애들은 누구나 그저 괜히 밥을 잘 안먹는 때가 있거든요. 그러려니 하고 지내다 보면 어느새 다시 잘 먹게 되지요.

준하도 벌써 소년이지요. 애들은 크고, 엄마는 늙어갑니다. ^^
Commented by 평온 at 2009/08/03 02:12
윤정이는 지금도 '쩌시가 먹고 싶어요.' 하며 품에 매달려요. 그럴때마다 미안하고 안스럽지요. 셋째가 생겼으니 더 줄수도 없었고, 지난달에 떼었으니 임신 기간과 수유기간이 한달정도 겹쳐져 있었는데,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고, 그래서 더 줄 수 없었는데 아이에게는 퍽 미안한 일이예요.
임신을 하고도 수유를 계속 했던 보림씨 친구분은 정말 대단하네요. 나는 안되더라구요.
누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는 없겠지요.
보림씨가 지금 누리는 행복, 완전하게 마무리하길 빌께요.
준하 모습, 궁굼했었는데, 너무 멋지게 자랐네요. 어린시절의 '론'같아요. (해맅포터에 나오는ㅋㅋ)
Commented by bobab at 2009/08/04 02:39
론이요? 저는 해리 같다고 생각하는데요.^^ㅋㅋㅋ
Commented by 콩콩 at 2009/08/03 14:40
사진이...준수인줄 알았어요.
준하와 준수 너무 똑같이 닮았네요. 준하도 이젠 아기의 모습을 벗고 어린이가 되어가는군요. ^^

Commented by bobab at 2009/08/04 02:40
둘이 닮긴 닮았나봐요. 제 눈엔 다른 점만 보이는데요.^^
Commented at 2009/08/0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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