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31일
다 큰 젖먹이, 준하

집 밖에서 준하가 젖을 먹고 있으면, 멀찍이 있던 아주머니들까지도 갑자기 가까이 다가와 준하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묻는다. “어머머! 너 몇 살인데 아직도 젖 먹니?”
준하 나이 이제 28개월. 한국나이로는 세 살이지만 아직 엄마 배 밖으로 나온 지 겨우 2년을 조금 넘겼을 뿐인 어린 아기이다. 아직까지 잠시라도 엄마가 안보이면 “엄마! 어디 있어?”하면서 찾으러 다니고, 잠결에도 엄마가 곁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울면서 엄마를 부르는 아기. 그런 아기가 엄마 젖을 먹는 모습이 왜 그렇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걸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젖이란 말 못하는 갓난아기가 먹는 것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리라. 밥을 먹을 수 있는데, 뭣 때문에 젖을 먹인단 말인가.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영양가도 없다는데...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젖이 영양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나로서는 이젠 그만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가진 경험이 비록 두 아이를 두 돌 남짓 젖 먹여 키운 짧은 것일 뿐이지만, 엄마 젖의 가장 중요한 역할과 의미는 절대로 영양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준하는 젖 먹는 일을 얼마나 즐기는지 모른다. 준하가 즐겁게 젖을 먹는 모습을 보신 친정엄마는, “애가 이렇게 좋아하는 걸 (모르고), 그렇게 짧게 먹였으니.”하고 당신이 우리남매에게 6개월 남짓 동안만 모유수유를 하셨던 것을 살짝 후회하신다. 그나마 우리 남매 어릴적엔 모유수유율이 지금보다도 훨씬 낮았기에 그나마 우리가 모유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일텐데도.
준하가 젖 먹는 일이 자기에게 어떤 일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표현한 적이 있었다. 함께 읽던 동화책에 곰돌이가 발을 다쳐 우는 장면이 나왔는데, 내가 “곰돌이가 발을 다쳐서 아픈가보다. 아파서 속상한가 보다.”했더니, “엄마 쩌쭈 먹으면 되는데.”라고 말했다. 준하에게 엄마 젖은 아파서 속상한 마음을 달랠 수 있게 하는 장치임을 표현한 것이다.
지금도 준하는 형인 준수에게 맞거나 장난감을 빼앗겨서 속상할 때, 졸릴 때, 심심할 때 수시로 엄마 젖을 찾는다. 내가, “엄마 젖 지금 바쁜데.”라거나 “엄마 젖 지금 쉬고 있어.”라고 말하면, “그래도~”하면서 기어이 내 옷을 들춰서 젖을 먹는다. 이쪽 젖, 저쪽 젖 하면서 골고루, 신나게.
다 큰 젖먹이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이면서, 나는 뽀뽀도 하고, 사랑한다고 속삭이기도 하고, 엉덩이도 주무르고, 손이랑 발을 깨무는 시늉을 한다. 다 큰 젖먹이는 웃으며, 앙탈을 부리며, 몸부림을 치며, 나와 눈을 맞추며, 내 물음에 대답을 해가며 젖을 먹는다.
그러다가 나는 큰 아이 준수를 본다. 준수는 대게 혼자 책을 읽고 있거나 뭔가를 만드는 일에 몰두해 있다. 준하가 갓 태어난 첫 달을 제외하고는 내가 준하를 안는 일에 질투를 한 적이 없는 아이다. 지금 저렇게 나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지만, 동생이 태어나기 전엔 늘 내 품을 차지하고 있었던 아이다. 늘 준수를 안고 있던 내가, 준하가 태어난 이후로 준수를 하루에 몇 번이나 안아주었던가. 아무리 신경 써서 안아준다고는 해도, 기껏해야 하루에 한 두 번일 뿐이었다. 젖을 먹는 ‘일’ 없어지면,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안는 일은 더 이상 그저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시간. 그것은 엄마로서의 사랑을 아이에게 자주,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는 평생의 단 한번뿐인 소중한 시간이다. 그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다는 것을,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벌써 내 품을 조금 떠난 준수를 보며 깨닫는다. 옛말의 ‘품안의 자식’이라는 말이, 이렇게 품에 안고 젖먹일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 by | 2009/07/31 02:43 | 아이키우기 | 트랙백 | 덧글(1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저도 런던에서의 생활이 무척 궁금합니다.^^
나는 준수인 줄 알았어요.
하긴 며칠 전에 본 준수는 이제 의젓한 도련님이었지만 그만 깜빡했네요.
평생에 한 번밖에 못 할 일들, 딱 그 때 아니면 못 할 일들은 최대한으로 늘여잡는 게 제일 좋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아이한테 기저귀 채우고 그거 빨아 말리고 개는 일은 그 아이 고만할 때 딱 그 때밖에 없는, 그래서 즐거움이자 한편으로 귀찮음조차 사실은 행복임을 깨닫는 게 사람한테는 참 중요해요.
준수는 물론 준하도 참 행복한 아기시절을 보내고 있군요.
준수는 제가 준하처럼 하루 종일 젖을 주지 못했던 것이 아직도 조금 미안하지요. 이렇게 젖을 찾는 아이를 두고 내가 회사에 다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준하를 키우면서.
준하가 언제까지 젖을 먹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지금이 좋은 때인 것 같습니다.
준하는 만지는 것만으로는 안되요. 반드시 입에 들어가야 하고, 한참을 먹은 다음에는 엄마가 옆에 있으면 되지요.
저도 젖을 아이가 원할 때까지 먹이고 싶지만 둘째때문에 좀 걱정이었는데(둘째 생기면 못먹이게 된다니까요) 먹여도 된다는 반가운 정보('맘밀크' 사이트-제가 알고 있는 모유수유관련 사이트 중에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잘못된 정보를 주는 곳이 너무 많아 아쉬워요.)를 알고 너무 기뻐요. 내년 이맘 때쯤 둘째가 와줬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답니다. ^^ 그래서 다시 '아기맞이 1년 프로젝트' 실행됐습니다. ^^ (또 남편을 좀 들들 볶아야 할지도...ㅋㅋ)
요즘 저희 아기가 입을 하아~ 벌리고 젖을 향해 몸을 돌릴 때면 너무 행복해요. 또 젖꼭지를 그 작고 귀여운 손으로 만지작 거릴 때면 가슴이 벅차옵니다. ^^
보림님의 글을 대하면 '엄마라서 참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뿐 아니라 몸도 맘도 더 행복해지네요. 감사드려요. ^^
덧붙임 - 내년 가을 쯤 외국에 가게 되는데요 아직 나라는 정해지지 않았답니다.
제 글을 읽고 행복한 기분이 되신다니 기뻐요. 외국에 나가신다니...애기 낳는 일정이랑 어떻게 될라나요? 아기가 알아서 오겠지요? ^^
젖을 주는 시간은 저도 아이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언젠가는 그만둬야 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 서글퍼지기까지 하죠. 녀석이 통 이유식을 안먹어서 수유를 끊으면 좀 더 먹을려나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녀석이 좋아하는 음식을 자주 해주려고 하면서 병행하고 있어요.
저도 사진 보고 준수인줄 알았네요. 준하군, 벌써 소년이 되어버린 듯 해요. ^^;
젖을 그만 먹으면 확실히 이유식이나 밥을 더 잘 먹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수유를 중단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애들은 누구나 그저 괜히 밥을 잘 안먹는 때가 있거든요. 그러려니 하고 지내다 보면 어느새 다시 잘 먹게 되지요.
준하도 벌써 소년이지요. 애들은 크고, 엄마는 늙어갑니다. ^^
임신을 하고도 수유를 계속 했던 보림씨 친구분은 정말 대단하네요. 나는 안되더라구요.
누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는 없겠지요.
보림씨가 지금 누리는 행복, 완전하게 마무리하길 빌께요.
준하 모습, 궁굼했었는데, 너무 멋지게 자랐네요. 어린시절의 '론'같아요. (해맅포터에 나오는ㅋㅋ)
준하와 준수 너무 똑같이 닮았네요. 준하도 이젠 아기의 모습을 벗고 어린이가 되어가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