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표를 사다

드디어 비행기표를 샀다. 9월9일에 떠나는 일본항공(JAL) 표다. 비자가 9월1일부터 시작되는 것을 며칠 전에야 받아서, 이제야 비행기표를 살 수 있었다. 비자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비행기표부터 덜컥 살 수 없어서 기다리다 보니, 가격이 저렴한 표로는 원하는 날짜에는 갈 수가 없었다. 그나마 혹시나 하고 예약해 둔 9월9일 표가 있어서 약간 늦다 싶긴 하지만 그날 가기로 했다.

서울-런던 구간은 직항 비행기가 많이 있지만, 늘 그렇듯이 직항 비행기표는 가격이 세다. 우리가 산 일본항공표는 동경에서 갈아타는 것인데, 나리타공항에서 2시간정도 기다렸다가 갈아탄 비행기로 런던에 도착하는 꽤 편리한 스케쥴이다. 가격이 직항표와 큰 차이 안나는 것 같지만, 네명 합치면 백만원이상 저렴하다.

엄마는 애들 데리고 왠 고생이냐며 직항으로 가라 하셨지만, 백만원이 어디인가. 우리가 산 표는 편도만 사용하면 편도 값을 환불 받을 수 있는 표이니 어쩜 백만원이상을 절약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고마운 표이다.

비행기표를 사서 출국할 날짜를 확정짓고 보니,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 하고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사실 그 동안 승환이 학교에 지원하고, 입학 허가를 받고, 비자 신청을 하고...여러 단계를 거치면서도 항상 떠난다는 일이 막연하게만 느껴졌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전세가 나가야 했고 늘 여러 가지 거쳐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새 집도 나가고, 비자도 받고 비행기표도 산 것이다. 분명 이 시점이 나와 승환이 원해서 온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찌저찌 하다가 떠밀려 와서 되돌아 갈 수 없는 다이빙대 끝에 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젠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미지의 세상으로 뛰어 들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앞으로의 생활.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새롭고 신기할 것인가. 그런 생활이 기대가 되면서도 오랫동안 살아온 터젼을 정리하고 간다는 일이 물리적인 일의 양을 떠나 심적으로도 결코 간단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사실 유학이라는 것이, 홀홀단신일 때에도 간단치 않은 것일 텐데 아이들을 데리고 가자니 오죽하랴. 벌써 가져가야할 짐의 양에서부터 압도당하고 만다. 옷가지는 네명분인데, 그 짐을 끌고 갈 수 있는 인원은 1.5명(나는 준하도 챙겨야 하니까)인 것이다.

거기다 아직 런던에서 살 곳을 구하지 못했다는 점이, 더욱 망망대해에 풍덩 들어가는 기분이 들게 한다. 기숙사에 지원했는데 배정을 받지 못해서, 가서 임시로 어딘가에 있으면서 직접 구하러 다녀야 한다. 정말이지 제대로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다.

어떤 일이 앞에 다가오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잃는 것이 있으면 또 얻는 것이 있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닌가. 아직은 모험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실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고 싶다.

by bobab | 2009/08/02 02:33 | 돌아다니기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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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평온 at 2009/08/03 02:13
드디어 가는군요.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겠어요. 내 동생들도 그렇게 둘이 가서 집을 구하고, 자리를 잡았는데, 아이를 데려가면 더 힘들겠지요. 내 친구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하숙집에 머물면서 집을 구했는데, 그런 시설이 있나봐요. 다 인터넷으로 알아봤다는데...
아무튼 준비 잘 하구요. 두 아이들이 어떻게 적응할지 정말 궁굼하답니다.
떠나기전에 꼭 한번 얼굴 보여주구요.
Commented by bobab at 2009/08/04 02:40
네. 그럴께요. 안그래도 준수가 노래를 불러요.
Commented by 콩콩 at 2009/08/03 14:48
나리타에서 환승하시면..kids center인가? 이곳에서 쉬셔도 좋을것 같아요.
수유실과 기저귀 갈만한 곳도 따로 마련되어있고, 아이들 놀이시설도 있어서 좋아하더라구요. 다만...본동과 별동으로 되어있는곳에서 본동으로 가야해요..(모노레일로 이동하니 아이들도 기차탄다고 좋아할수도있어요..^^)
저흰 별동에서 환승했는데, 저희가 환승하는 곳이 별동인지를 나중에 알아서 뒤늦게 찾았더랬죠..^^ 출국때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별로 못있고, 귀경길엔 꽤 오랜시간 놀았어요..

또..이미 알고계실지도 모르겠지만..
http://www.aahuman.com/
영국에서 학교 마치시고 지금 그곳에서 일을 하고 계신분이예요..(부부모두 제 학교 선배님이신데 기억은 하실런지...^^;; 아마 언니만 절 간신히 기억할까말까일듯한..)
답변을 바로 해주시지는 못하신것 같은데..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알려드려요..^^

바쁘실텐데 출국준비 잘 하세요.
Commented by bobab at 2009/08/04 02:41
고마운 정보네요. 꼭 찾아볼께요.
Commented at 2009/08/06 19: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obab at 2009/09/12 05:52
늦게 답 드려 죄송합니다. 님 블로그에 남긴 글, 보셨겠지요?
Commented at 2009/08/11 14: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obab at 2009/09/12 05:53
어머나 많이 힘드시겠어요. 탈장은 촌각을 다투어 치료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 너무 염려마시고, 집안 일 안정되는 대로 병원에 한번 가보시길.

종종 소식 전하겠습니다.
Commented by 달걀 at 2009/08/13 18:28
엇..언니 곧 떠나네요. 섭섭해라.
막막하지만, 막상 가면 다 해결되실 거에요. 뭔가 도움이 될 말은 전혀 못해드려서 죄송해요.
Commented by bobab at 2009/09/12 05:54
그래 언젠가는 다 해결되는 것 같아. 어쩌면 해결되지 않은 것도 그 자체가 해결일지도.
Commented at 2009/08/23 01: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obab at 2009/09/12 05:54
고맙습니다. 이렇게 도움 주시려는 분들이 계셔서 저는 참 기쁘답니다.
Commented by RINA at 2009/08/26 22:14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런던으로 오신다는 소식이 있네요. 깜짝 놀랐어요.. 출국 준비 잘하시구요. 여기 날씨가 한국과 달리 바람불고 좀 쌀쌀한 편이니 여름 옷가지는 많이 안가지고 오셔도 될것 같아요. 기숙사 배정을 빨리 받으셔야 할텐데.. 화이팅 입니다..
Commented by bobab at 2009/09/12 05:55
덕분에 여름 옷 가방에서 빼고 배로 부치려던 겨울 옷 챙겨 넣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Commented at 2009/09/02 05: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obab at 2009/09/12 05:58
호호 재인이가 드디어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나 보군요. 부모로서 참 뿌듯한 순간이지요?
윤정언니가 뉴욕에 사시는군요. 애교 짱인 선배로 기억하는데.

이번 겨울쯤 동생있는 DC로 갈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때 뉴욕에도 들를까요? 그럼 반갑겠지요?

이제사 겨우 런던에 도착했어요. 적응하는 이야기는 차차 올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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