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한국을 떠나는 날. 밤새 짐을 싸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5시에 집을 나섰다. 콜벤을 불러 이민가방 네 개와 큰 배낭 두 개를 싣고, 자는 아이들을 깨워 옷을 입혀 차에 태웠다. 많은 짐을 들고 아직 컴컴한 이른 새벽에 먼 길에 오르는 우리 가족을 도와주고 배웅해주시려, 친정 부모님도 함께 타셨다. 떠오르는 해로 붉게 물든 하늘이 정말 홍시처럼 고운 아침이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짐을 부치고 나서, 공항 의자에 앉아 배고파하는 아이들에게 물과 사과를 먹였다. 내 손은 사과가 담긴 봉지를 더듬고 있었지만, 내 머리는 이제 곧 부모님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어지러워서, 손은 떨리고,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야할 터미널이 모노레일을 타고 건너가야 하는 곳에 있어서, 그 의자에 오래 앉아 있을 여유도 없었기에, 우리는 곧 출국을 위한 문으로 갔다. 엄마아빠와 인사를 나누면서, 늘 그렇듯이 눈물이 헤픈 나는 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우느라고, 엄마아빠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렇지만, 그 순간에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아빠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이렇게 강건하지 못하고 어리숙한 나를, 나름 제 부모라고 바라보는 아이들이 있어, 맘껏 울지도 못하고 출국수속을 하고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그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생각했다. 내가 지금 진짜로 떠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이주일, 한 달, 혹은 두 달씩 집을 떠나 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때도 꼭 지금처럼 이렇게 비행기를 탔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일 자체는 그 때와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데, 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면 이년, 어쩌면 더 오래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그게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떠남이라는 것이 원래 이런 것일까. 떠나는 그 순간에는 정확히 어떤 일인지 모르는 것. 그 순간이 지나,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가면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것.

하여 나는 아직도 내가 떠나왔다는 것을, 그 떠남이 어떤 것인 줄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제 앞으로 조금씩 느끼게 되리라. 

by bobab | 2009/10/14 18:36 | 사람,사랑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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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osh at 2009/10/21 10:27
그래? 근데 왜 난 보림의 눈물을 본 기억이 없지?
나도 눈물이 많은 편인데 나이가 들수록 대범해 지는게 아니라 눈물이 더 많아진다.
음악듣다가도, 심지어 액션무비 보다가도, 드라마 봤던 애기 신랑에게 하다가도 또 눈물이 난다.

떠나는 사람은 그래도 새로운 환경이 있지만 남아 있는 가족들의 허전함이 더 클텐데...
난 덤덤하다고 생각했는데 떠나는 내가 부모님 눈에는 많이 신나보였나봐...
Commented by bobab at 2009/10/24 20:02
으악 내가 얼마나 많이 울었는데...이상하군. 너 기억 못하는 거 아냐?

아마 우리가 느끼는 허전함보다 부모님들이 느끼시는 게 훨씬 크겠지. 자주 왔다 갔다 해도 너네 부모님도 네가 늘 걱정이고 보고 싶고 하셨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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