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7일
런던에서 집구하기-1
런던에서 집을 구해본 경험이 단 한번 뿐인 내가, 이런 제목의 글을 쓴다는 것이 좀 우습다. 그러나 내가 이런 소재로 글을 쓰는 것이 누군가에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글을 쓸 작정을 했다.
내가 쓴 글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나는 말도 잘 못하고, 경험도 없어서 실수도 많이 하고 고생도 꽤 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한 고생, 내가 했던 실수에 대한 이야기만 적어도 이 글을 읽은 사람은 그런 고생과 실수는 덜 할 것이 아닌가.
사실은 제목을 '런던에서 애들 데리고 집구하기'로 하고 싶으나, 그러면 애들 데리고 고생한 부분에 대한 푸념이 많아질까 하여 그냥 집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쓰기로 했다.
먼저 우리의 경험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우리-사실 주로 내가-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인터넷을 통해 집을 알아보아 왔다. 집이란 것이 직접 보지 않고는 결정하기 힘든지라, 미리 정하고 오진 않았지만, 거의 한달 동안 영국의 부동산 사이트를 열심히 보아왔다. (현재 영국에서 집구할 때 가장 많이 참조하는 사이트는 www.findaproperty.com 라고 한다. www.gumtree.com 을 추천하는 사람도 있지만 gumtree에는 사기꾼이 많다고 한다. findaproperty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서 알아보는 것이어서 비교적 안전하다)
그런데 사실 런던이 어떤 곳인지, 어느 동네가 살기 좋은 동네인지, 누군가로부터 살기 좋다고 소개를 받아도 어떤 기준으로 살기 좋은 곳인지 전혀 감이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인터넷 사이트를 뚫어지게 들여다 본들 별다른 방도가 생기겠는가. 다만 한 달 동안의 영국 부동산 사이트 웹서핑을 통해 런던의 북서부의 지리는 대충 꿸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가 소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런던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집을 구하러 나섰다. 내가 처음 선택한 방법은 부동산사이트를 통해서 찾아 놓은, 관심 있는 매물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에 전화도 미리 하지 않고 직접 찾아가보는 것이었다. 전화로 이야기하는 게 자신이 없어서 선택한, 그야말로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부동산 회사에서 그날 매물을 두 개 보여주었는데, 우리는 그 중 하나에 그날 holding fee(집 소유주와 계약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는 대가로 내는 돈. 계약이 성사되면 임대료로 대체되고, 계약이 소유주의 거절에 의해 성사되지 않으면 되돌려 받을 수 있다)를 걸었다. 우리는 그렇게 항상 holding fee를 내야지만 일을 진행할 수 있는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부동산회사를 통해서 집을 알아보니,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았다. 우리가 처음 holding fee를 낸 곳은 소유주가 회사여서 서류를 통한 검토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소유주가 개인인 경우 우리의 사정과 조건을 부동산회사의 중개인을 통해 이야기해서 계약이 가능한지를 돈을 내지 않고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계약이 가능하다고 확인이 되면 그제서야 holding fee를 내고 집에 이사하는 날에 잔금을 내는 형식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holding fee를 내야 할 경우에는 그 결과를 되도록 빨리 받는 것이 좋다. 그래야 그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다른 곳을 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천방지축 어린애들 둘을 데리고 부동산 사무실 순례를 하는 일이 너무 고되서, 나중에는 안되는 영어로 전화를 먼저 하기 시작했다. 일단 find a property 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마음에 드는 임대용 집을 골라 놓고, 그 집을 중개하는 사무실에 전화를 거는 것이다. 전화를 걸어서 그 집이 아직 임대 가능한 상태인지 물어보고, 사이트에 나와 있지 않은 정보 중에서 알고 싶은 것들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 집을 보기 위한 약속을 잡는 것이다.
비싼 전화비가 엄청 들어갔지만, 애들 데리고 벌써 나갔을지도 모를 집을 알아보러 한 두군데도 아닌 부동산사무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편보다는 훨씬 나았다. 물론 전화 통화하면서 못 알아듣는 말이 많았지만, 어쨌든 그러면 나는 내가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시 물어보거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되니까.
너무 성급하게 holding fee를 낸 것 같아 우리는 그런 방법으로 며칠 동안 집을 더 찾아봤다. 그런데 그렇게 미리 웹사이트를 통해서 임대료라던가 위치를 알고 난 후에, 집 구경 약속(viewing arrangement)을 하고 집을 봤지만 직접 가봤을 때 실망스러운 집이 대부분 이었다. 그것은 웹사이트의 정보가 불충분한 점도 있지만 내가 미리 체크할 수도 있었던 부분을 많이 놓쳤기 때문이었다. 지도를 좀 더 유심히 보고, 집 구경 약속을 하기 전에 부동산회사에 미리 물어보았더라면 돈과 시간과 노력이 훨씬 덜 낭비되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집의 향이 무엇인지-한국사람들은 남향을 선호하기 때문에 길과의 관계와는 상관없이 대부분 대지의 북쪽에 집을 앉히는 경향이 있으나 여기는 절대 그렇지 않다- 바닥이 전부 마루로 되어 있는지 아니면 카페트인지, 혹은 방만 카페트로 되어 있는지, 전체 몇층짜리 건물 중에서 몇 층에 있는 집인지, 리프트가 있는지, 창문이 이중유리로 되어 있는지, 발코니가 있는지, 큰 길가에 면해 있는지, 전철역에서 도보로 몇 분정도 떨어져 있는지등까지 미리 확인하고 집을 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나는 바닥이 마룻바닥일 것, 아이들이 있으니 되도록 저층-1층이나 2층-일 것, 고층이라면 리프트가 있을 것, 창호가 이중유리로 되어 있을 것, 너무 시끄럽지 않을 것, 창 밖에 나무가 보일 것...정도를 조건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집을 구하고 보니, 우리는 절대적으로 1층일 필요가 있었으며-아이들이 어찌나 뛰는지-, 향도 적어도 북향은 아니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중개인들은 영국은 향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들 하지만, 살림하는 입장에선 절대 그렇지가 않은 것이 해가 들지 않으면 훨씬 춥고 빨래도 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바닥도 거실은 마룻바닥인 것이 좋지만 침실은 카펫인 것이 겨울엔 따뜻하고 좋을 것 같고, 아무리 이중유리로 창문이 되어 있어도 외벽이 외기에 면하는 면적이 많으면 난방의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사실도 (건축하는 사람으로선 당연히) 알았어야 했다.
그리고 위치에 대한 부분은 굳이 부동산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지도를 통해서 미리 알 수 있는 것이다. 웹 사이트에는 그 집이 있는 길 이름이 나와 있다. 번지수는 직접 전화해서 미리 집구경 약속을 해야 알려주지만, 어느 길에, 어느 쪽에 면해 있는지 정도는 지도에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그 집의 위치가 번화가(high street)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큰 길에 면해 있어서 소음이 심한지 이면도로에 있어서 조용한 환경인지 정도는 미리 충분히 알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아무리 다른 조건이 좋아도 큰길가여서 시끄러운 것이 싫었는데, 그 점을 미리 알지 못해서 집구경을 몇 번이나 헛되이 했다.
다음에 다시 집을 구한다면 이번보다는 덜 힘들게, 덜 헛되이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뭐, 언제나 실수는 새롭게 등장하는 법이긴 하지만.

# by | 2009/10/17 09:25 | 런던생활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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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 할머니랑 어제 통화했구요. 다시 연락 주신다고 했어요.